파나마운하, 가뭄에 통행료 8배 가까이 급등
후티 반군 공격에 수에즈 대신 희망봉 우회 항로
테슬라·볼보, 부품 부족에 2주간 생산 중단
글로벌 공급망을 강타한 리스크에 양대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량은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수백 척의 선박이 더 긴 항로를 택하면서 배송이 지연되고 운송비가 증가하는 등 지역 사회의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장기간의 가뭄으로 운하 갑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박들의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인공 수로 운영 100년 역사상 가장 건조한 시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파나마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은 50척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하 통행료도 평소보다 8배 가까이 비싸졌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은 홍해에서의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해군의 호위를 기다리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선박 운영사들은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선원들이 생명의 위험에 처하는 것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홍해에서 5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했다.
미국 액화석유가스(LPG) 전문 운송선사인 도리안LPG의 팀 한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두 운하의 운영에 동시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선박을 어디로 보낼지 미리 계획하는 것은 물론 그와 상관없이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파나마운하의 통과권을 확보하기 위해 400만 달러(약 5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낸 업체도 있다”며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통상 약 50만 달러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대규모 공급난을 겪은 기업들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해 왔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이전처럼 재고를 최소화하고 적시에 배송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양대 운하의 병목 현상이 물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해상·항공 운임 분석 플랫폼 제네타(Xeneta)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WSJ에 “소비자들이 세계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지금은 분수령이 될 시간”이라며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공급받고 있으므로 해상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