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추락 어디까지…서학개미 한숨 깊어진다

▲테슬라 독일공장. (연합뉴스)

테슬라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테슬라를 향한 신뢰를 남겨둔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근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로, 97억5005만 달러에 달한다. 보관금액을 엔비디아가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그간 서학개미가 나타낸 테슬라 상승 기대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서학개미 우려가 깊어질 만한 국면은 반전하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10개월여 만에 170달러 선이 깨졌다. 지난 14일 169.48달러를 찍고 다음 날 162.50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테슬라를 대량 매수하며 모처럼 상승(0.66%)했지만,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30% 넘게 빠진 상태다. 테슬라의 미국 증시 시가총액도 12위로 밀렸다.

이에 최근 서학개미는 테슬라 순매수 규모를 대폭 줄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달 들어 테슬라를 4692만 달러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순매수 상위 8위 수준이다. 연초 이후 순매수 규모도 7억1146만 달러로, 1위 자리를 엔비디아(7억2498만 달러)에 내줬다.

테슬라에 간접 투자한 동학개미도 주가 변동성에 손해를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를 주요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가 –22.57%를, ‘TIGER테슬라채권혼합Fn’이 –13.23%를 각각 기록했다.

해외 증권사는 테슬라에 사실상 매도 의견 잇따라 내놓고 있다. 블롬버그 등에 따르면 48개 증권사 중 9개 증권사가 테슬라에 ‘매도’ 혹은 ‘비중 축소’를 부여했다. 매도 등급을 매긴 웰스파고는 올해와 내년 테슬라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콜린 랭건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성장이 없는 성장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업체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의 지위를 중국 비야디(BYD)에 빼앗겼다. 또 BYD가 자사 전기차 ‘시걸’ 가격을 5% 인하하며 중국 내 가격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테슬라도 수요 촉진을 위해 가격을 인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올해 인도 증가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소비 여력 감소로 자동차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한 데다, 올해 생산량 증가 폭이 제한되며 모멘텀이 제한됐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기차 시장 장악력과 자율주행 경쟁력 우위 등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