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부터 시작해 직원 600명 기업으로…작년 매출 2600억원
“창업할 때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당시 퇴직금으로 농기계 창고를 빌려 컨테이너를 직접 개조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30년 동안 위기도 있었지만, 기회로 삼아 성장했고 임직원 간 단합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대전 본사에서 본지와 만난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은 30여 년 전 회사를 처음 창업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스핀오프 돼 만들어진 국내 1호 바이오벤처다. 서울대 화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박 회장이 설립했다.
박 회장은 “과학자가 첨단기술을 상업화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고 사업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유전자 기술의 완전 자립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바이오니아는 창업 초기부터 연구용 제품을 판매하며 1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유전자 분야에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기술, DNA합성, PCR, DNA 염기서열분석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생산해 대학과 연구소에 공급했다.
2000년 이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후 적자로 돌아섰지만, 신종플루와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 진단사업의 호황으로 흑자전환 했다. 현재는 직원 600여 명, 지난해 기준 매출 2600억 원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생명공학연구와 분자진단 등에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해, 합성 DNA·RNA, 추출키트, PCR 장비 등 300여 종의 제품들을 국산화하거나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RNA 신약개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의 효자 상품은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이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비에날씬이다. 이 제품은 2018년 국내 최초로 체지방감소 유산균 기능성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에이스바이옴의 매출은 약 2300억 원이다.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는 전 세계로 판매를 시작하며 캐시카우 사업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보핵산간섭(RN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나선다. RNAi는 여러 RNA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이다. 바이오니아는 기존 RNAi를 생체 내 질병 표적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형 전달체 'SAMiRNA'를 개발했다.
박 회장은 “SAMiRNA는 기존 RNAi 치료제와 달리 피하주사, 정맥주사로 간 이외 암 조직, 염증조직, 뇌 등 다양한 질환 조직에 잘 전달되고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특히 선천면역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SAMiRNA는 폐섬유화증 등의 폐질환이나 코로나19,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RNAi 기반 섬유화증 신약 후보물질 ‘SRN-001’이다. 적응증은 특발성폐섬유증, 만성신장 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이며 특발성폐섬유증은 임상 1a상 진행 중이다.
바이오니아는 국내 바이오산업 역사와 함께 했다. 30년 넘게 기업을 운영하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임직원들과 함께 극복했다.
박 회장은 “벤처투자사가 없던 창업 초기에는 수익 창출만이 살길이었다. 다행히 매출은 바로 나왔고, 30년간 지속해서 늘려왔다”며 “적자로 고생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임직원들과 단합으로 버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바이오기업은 창업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일하는 게 행복하고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최근 위기를 겪는 바이오기업에 조언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아직 변방이다. 역사도 짧고 정부도 축적된 경험이 없다. 기업들은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초의 특허로 혁신 제품을 만들어야 미래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