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 반발 예상…“국민 한방수요 고려한 정책 추진할 것”
첩약 급여화 2차 시범사업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면서 의사와 한의사 단체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계는 숙원 사업 실현에 다가선 반면, 의사들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의계는 첩약 급여적용 확대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방 첩약 일부에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1차 시범사업 기간에는 대상 질환이 안면 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 3개에 불과했지만, 2차 기간에는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이 추가됐다. 환자 본인 부담률도 기존 50%에서 한의원은 30%, 한방병원은 40%로 개선됐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시범사업 대상기관 접수와 세부적인 안내를 준비 중이다. 이달 초 중앙이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경과 보고와 향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대상기관이 안전관리와 급여 청구 방법 등 준비사항을 숙지하고,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관 선정 결과가 나오면 4월 마지막 주부터는 본격적인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새롭게 한의협을 이끌게 될 윤성찬 회장도 한방치료 보장성 강화에 힘을 실었다. 최근 45대 회장으로 당선된 그는 ‘첩약, 약침, 물리치료 실손보험 재진입’, ‘건보점유율 3% 깨기(진단기기·물리치료 급여화, 노인 정액제 개선)’, ‘공정하고 투명한 첩약 건보 중간평가 실시’ 등을 핵심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부터 오는 2027년 3월까지로, 내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로 정해진 2차 시범사업 기간과 겹친다.
이번 2차 시범사업에 대한 한의계의 기대는 상당하다. 그간 한의사들은 한약 및 한방치료 확대의 선결과제로 보험 급여 적용을 지목해 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 한약 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약을 소비하는 기관 3000여 개소를 대상으로 한약 이용 확대방안을 물은 결과 한방병원(83.1%), 한의원(56.3%), 요양병원·병원(57.1%), 약국·한약방(50.8%) 모두 ‘보험급여 적용 확대’를 가장 많이 요청했다.
다만, 첩약 급여화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첩약의 효과성, 안전성, 품질 문제를 들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의협은 2020년도 총파업 당시부터 비대면 진료, 의대 증원, 공공의대와 함께 첩약 급여화를 이른바 ‘4대 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강경히 반대해 왔다.
이번 42대 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임현택 당선인이 강경파라는 점도 첩약 급여화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임 당선인은 현재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와 강 대 강 대치 중이다. 그는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첩약 급여화 정책을 비판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건강보험에서 한방보험을 분리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협과 한의협의 신경전은 이미 불이 붙은 상태다. 의협이 그간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운영해온 것을 한의협이 정면으로 문제삼기 시작하면서다. 한의협측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해체 청원’은 22일 오전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의협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운영 행태와 관련해 “한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퍼부으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한의약에 대한 비방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정부는 국민 수요를 고려해 한의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한약 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방의료기관과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현장 중심의 한의약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올해는 한방의료 수요와 이용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