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결국 ‘인적 쇄신’ 카드를 빼든 것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9조4722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였다. 이마트 계열인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미분양으로 적자를 낸 결과가 반영된 탓이다. 다만 이마트의 별도 연간 영업이익을 봐도, 전년 대비 약 27% 줄었다.
이마트만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아니다. 롯데마트도 시니어급 전 직급 10년 차 이상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회사는 2021년 상·하반기에도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처럼 과거 유통 공룡이던 대형할인점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 유통 생태계가 온라인으로 재편되면서다. 최근 한 브랜드가치 평가 회사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이마트를 제치고 올해 1분기 유통부문 1위 브랜드라고 발표했다. 작년만 해도 이마트가 쿠팡보다 우위였지만,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과거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vs 오프라인’으로 유통 지형이 빠르게 변한 탓이다. 온라인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습이 유통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형마트는 여전히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 보호를 명목으로 영업시간 제한
과 의무휴업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현행법상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배송을 하지 못한다. 현 정부는 일찌감치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방침 등을 밝히며 관련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4.10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새 국회가 들어서야 논의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대형마트업계가 법 규제에 묶여 고군분투하는 사이 이커머스 업체들은 새벽배송과 당일 배송을 앞세워 세를 불리고 있다. 더구나 알리는 한국에 향후 3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면서, 대형마트의 주 종목인 신선식품 판매에도 나섰다. 대형마트업계 스스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손톱 밑 가시’가 부디 다음 국회에선 깔끔히 뽑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