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이탈 ‘방카슈랑스 수난시대’…은행은 “어쩌나”

입력 2024-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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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1분기 4조3000억 판매
3개월만에 작년 실적의 45% 달성
ELS판매 어려워져 비이자이익 제동
“25%룰 제한 등 규제 완화해야”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로 투자상품 판매가 어려워진 데 이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이탈하는 보험사들이 늘면서 은행권의 비이자 이익에 제동이 걸렸다. 업권에서는 방카슈랑스 ‘25% 룰’ 등 규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방카슈랑스 판매 건수는 1분기 기준 10만8200건, 가입액은 첫회 보험료 기준 4조3088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신규 가입금액이 9조5653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세 달 만에 지난해 실적의 45%를 달성했다.

2003년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은행의 대표적인 비이자 이익 상품이다. 보험사가 은행과 판매 제휴를 맺고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위탁 판매한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이 전체 판매 상품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저축성 보험은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 성격이 가미된 상품을 말한다.

은행들은 ELS 등 투자상품의 판매가 어려워지자 원금을 보장할 수 있으면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카슈랑스의 판매를 강화했다. 국민은행는 방카슈랑스 상품 중 확정금리 연금보험과 보장성 치매보험 상품의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상품 경쟁력를 강화하는 등 판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방카슈랑스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 창구에 구현한 ‘방카슈랑스 디지털 창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에서 ELS 판매가 어렵게 되면 비이자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인 방카슈랑스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짜거나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앞서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도 방카슈랑스 영업을 접었다. 은행이 있는 금융지주계열을 제외한 손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도 나온다.

손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사업에 소극적인 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영향이 크다.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을 팔면 팔수록 부채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보사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전체 보험 모집의 2%대에 불과하다.

은행권에서는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이탈로 1개 은행에서 1개 보험사의 상품 판매 비중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25% 룰’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방카슈랑스 20주년 세미나’를 열고 규제 손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철수로 실제 방카슈랑스에 참여하는 손보사는 4~5개사에 불과해 이를 지키기 더 어려워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를 영업하는 생명보험사도 있기 때문에 손보사의 이탈이 당장 비이자이익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25% 룰을 비롯해 은행 지점별 보험 판매인 2명 제한을 해제하고 현재 막혀 있는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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