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도 안 되는 칩으로 임상을?…동물실험 대체하는 ‘생체조직칩’

입력 2024-04-08 06:00수정 2024-04-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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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에서 세포 배양해 인간의 몸과 유사한 환경으로 제작
동물실험보다 임상 비용 적고, 개발 성공률 높아 ‘주목’

▲멥스젠의 생체조직칩. (사진제공=멥스젠)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 대체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생체조직칩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동물보호 등 윤리적인 문제로 전 세계에서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동물실험 없이 신규 의약품에 대한 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가노이드, 생체조직칩 등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안정성‧유효성을 평가 도입 중이다.

사람 장기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칩에 모사한 생체조직칩도 동물실험 대안 중 하나다. 칩에서 세포를 배양해 인간 장기의 주요 조직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고, 인체의 생리적‧병리적 환경을 칩 내부에 구현한다. 세포가 배양된 생체조직칩으로 동물 대신 약물의 독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멥스젠이 생체조직칩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3차원(3D) 혈액뇌관문(BBB) ‘MEPS-BBB’, 2D 혈관상피벽 ‘MEPS-VEB’, 3D 신생혈관 ‘MEPS-ANG’ 등 3종의 생체조직칩을 개발했다. 멥스젠은 개발한 칩을 국내외 연구기관 또는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 원을 넘겼다.

멥스젠 관계자는 “생체조직칩을 활용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세포가 우리 몸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약물 반응이 잘 나타난다. 개발하는 치료제에 따라 세포를 배양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생체조직칩을 활용하면 사람과 동물의 종간 이질성을 극복하고 임상시험 데이터 예측 가능성을 향상해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물실험을 하려면 영장류, 설치류 등 실험동물을 구매하고 사육해야 한다. 비용은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한다.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의 경우 동물을 구매할 돈이 없어 임상을 중단하는 일도 있다.

반면 생체조직칩을 사용하면 동물실험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멥스젠 관계자는 “회사를 예를 들면 하나의 칩은 마우스 8마리로 실험하는 것과 같지만, 가격은 훨씬 낮다”고 말했다.

임상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발견되지 않아도 사람과 생리학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인체 임상에서 독성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생체조직칩을 활용하면 사람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하기 때문에 동물 임상보다 정확도가 높다.

동물 임상보다 더 정확한 생체조직칩에서 독성이 발견되면 인체 임상 돌입 전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자연스레 인체 임상 성공률이 높아지고 임상에 드는 비용도 절감된다.

멥스젠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인체 조직을 자동으로 배양하는 미세생리시스템(MPS) 자동화 장비 프로멥스를 출시했다. 장기 모델링을 위한 세포 주입, 배양, 관류 형성 등의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하고 완성된 조직의 품질을 측정한다. 회사에 따르면 프로멥스를 활용하면 세포 배양 작업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높은 재현성과 품질을 갖춘 장기 모델을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

생체조직칩 기업은 전 세계에 1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멥스젠 외에도 큐리에이터, 에드믹바이오 등이 생체조직칩을 연구 중이다.

멥스젠 관계자는 “기존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정보로 임상에 들어가 성공률이 낮고 비용이 많이 발생했는데, 생체조직칩 기술로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동물실험의 비율을 낮춰 신약개발 과정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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