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변화하는 생명체…영향력 빠르게 분별"
최대 변화 금리...2022년 하락장서도 1% 넘는 수익률
밸류업 도입, 주주환원율 개선…반도체·금융·자동체株
더블유자산운용은 국내 중소형 사모운용사 중에서 최적의 타이밍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전략을 잘 구사하기로 입소문이 났다. 하락장에서 주식 비중을 낮추면서 선물 헷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주식이 오를 때는 주식 비중을 확대해 상대적으로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2019년 4월 설정된 더블유운용의 대표펀드인 ‘W1000 펀드’의 수익률은 이달 110% 선을 돌파했다. 효자 노릇을 한 종목은 현대차다. W1000 펀드는 현대차(10.55%)와 SK하이닉스(5.64%) 뿐 아니라 저PBR 수혜주로 꼽히는 KB금융, 메리츠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키움증권 등을 담고 있다.
W1000 펀드의 주식 수익률을 올린 주역은 1994년생(만 30세)인 김성혁<사진> 최고투자전략책임자(CIO)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인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블유운용의 대리 직급이었지만, 올해 초 수직 승진했다. 파격적인 인사의 배경은 검증된 운용 능력이다. 김 CIO의 3년 누적 수익률은 78%로 같은 기간 코스피(-7%), 코스닥(-11%) 수익률을 크게 웃돈다.
그의 운용 철학은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김 CIO는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와 같으며, 게임의 규칙 역시 변할 수 있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떤 변화가 지속해서 영향력을 미칠지를 빠르게 분별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 미팅을 꾸준히 진행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기업들을 분석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초기에 높은 비중을 투입한다. 기본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일 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시장의 미묘한 변화에도 빠르게 반응하고, 변화의 방향성을 파악해 고객에게 최적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는 “물론 모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고려해 ‘변화의 기울기’가 큰 요소들에 주목한다. 대부분은 확률게임으로 귀결된다”며 “확률 예측과 이에 기반한 적정 투자 비율을 고려해 철저한 수익 극대화와 리스크 관리를 수행한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인 25살 ‘스누밸류’ 가치투자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동아리 문을 두드리게 된 건 ‘뉴욕 월가의 거장’으로 불리는 피터린치의 책 ‘피터린치의 투자이야기’를 읽고 가치투자에 감명을 받으면서다.
이전에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2000만 원 남짓 자금으로 주식 매매를 몇 차례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 거래 종목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다만 그때부터 저평가된 주식을 위주로 매매한다는 철학은 명확했다.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가 됐다. 지금도 그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투자 경험을 쌓아왔음에도 김CIO는 자신의 매매 경력이 2020년 페어웨이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을 시작한 이후부터 약 4년째라고 말한다. 학생 시절의 투자 경험과 직접 업계에 발을 담았을 때의 차이는 컸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라고 해서 주가가 다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생 때는 그냥 이론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실제로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어떤 주식이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굉장히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현업에서는 주식을 더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매매할 때는 매수 이유와 예상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를 벗어났다면 ‘왜 벗어났는지에 대한 의문’들을 계속해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때의 투자 경험이 향후 운용에 귀중한 발판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과의 교류를 통해 실전매매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이론적 지식 습득도 중요하지만,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국내 시장에서 가장 컸던 변화의 기울기는 ‘금리’를 꼽았다. 2022년 금리 인상기는 그의 주식 경력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경험하면서, 경제 이벤트들이 예측을 벗어나는 쓴맛을 봐야 했고,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폭락장에서도 1%가 넘는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숏 전략을 대폭 취한 비결이다. 2022년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하락률은 각각 69%, 59%에 달한다. 김 CIO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하락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시기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철저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국내 시장은 올해 ‘골디락스(경기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흐름이 될 것으로 봤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과열을 막는 한편, 금리인하 기조를 통해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한 안전판은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 주목해야 할 변화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동안 주주환원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진했던 주가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시장의 낮은 주주환원율은 특정 기업과 산업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며 “밸류업 도입을 통해 기업의 수익 창출과 주주의 이익 간의 불일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수혜 업종으로는 반도체, 금융, 자동차를 제시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뿐 아니라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매력적이며, 금융과 자동차 산업은 버는 돈 대비 시가총액이 매우 낮은 섹터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을 받을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밸류업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려면 배당소득세,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 대한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권익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정책적 노력을 통해 주주가치 회복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