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21대 국회 여당 과방위 의원 대거 공백
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ㆍ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촉각
이번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왔던 통신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계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계 야당 후보들이 금배지를 달면서, 내년도 R&D 예산안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4·10 총선 결과, 대전 유성을 황정아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대전 유성갑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해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 등 R&D 예산 강화를 내세웠던 야당 후보들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황정아 당선인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황 당선인은 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직 교수로, 전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을 맡은 바 있다. 그는 R&D 국가 예산 목표제 법제화, 한국형 하르나크 원칙 제도 도입 과학계 공약을 제시했다. 하르나크 원칙은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재단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알렉산더 폰 하르나크가 주창했다.
경기 오산에서 당선된 차지호 당선인도 더불어민주당의 과학계 인사로 꼽힌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부교수인 그는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학교 강제이주 이학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보건 박사를 마쳤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 역시 야당의 대표적인 IT·과학계 인사로 꼽힌다. 이해민 당선인은 구글 본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및 오픈서베이 CPO(최고 제품 책임자) 자리를 거쳤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7%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청년과학자 육성 예산 비율을 지표로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터라 이에 대한 과학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반면 통신 업계에서는 21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이던 여당 의원들이 의회 재입성에 실패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총선 기간 정부가 추진 중인 단통법 폐지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단통법 폐지와 함께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30만~80만 원대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유도,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법이 폐지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단통법 폐지에 앞서 시행령 개정과 고시개정을 통해 번호이동 고객이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여야 모두 단통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정책적 공감대는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는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합의점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야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해놓고 총선 직전 단통법 존속을 전제로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과 고시 개정을 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비판해왔던 터라 당장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이 논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방통위가 최대 50만 원 전환지원금 지원을 계속 압박해 나갈 경우, 지원금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동통신사로 이용자들의 쏠림현상이 가중돼 정부가 시장경쟁체제 강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 인하와 통신비 경감효과를 내겠다며 추진한 제4 이동통신사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제대로 발붙일 틈도 없이 고사해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