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흐름이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중동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1400원대를 바라보는 가운데 대외요인까지 환율에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화 당국의 개입 의지가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5일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 증시의 최대 불안 요소인 고환율과 고유가가 겹친 상황이다. 잠시 적극적인 투자보다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보수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75.40원으로 전주대비 1.7% 상승했다. 연고점도 경신한 수준으로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 유독 절하 폭이 컸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달러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달러화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선반영하는 흐름이다. 3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3회에서 2회로 축소됐다. 달러 강세 압력은 다시 강해졌다.
중동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1일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피폭을 계기로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시작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대표 안전자산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강할 수밖에 없다. 중동 갈등이란 해묵은 리스크로 인해 달러는 다시 상방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고유가 현상도 중동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심화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고물가는 고금리를 야기해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져오고, 간접적으로 달러 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1300~1400원 사이에 위치할 때 환율 전망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수 있다. 원화가 더 약해질 경우, 수급 측면에서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며 "환율과 유가 방향에 따라 업종별 움직임도 달라질 전망이다. 고환율 국면에선 환율 수혜로 자동차가 유리하다"고 했다.
다만 수급 불안에 경기방어주를 선택할 확률도 높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정유 외 업종은 대부분 약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