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해외 의사들에게 한국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의협은 1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2024 KMA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 의사들과 정부가 경험 중인 갈등 상황을 소개했다. KMA글로벌 포럼은 제226차 세계의사회(WMA) 이사회가 18일~19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 자리에서 도현경 의협 국제이사는 △간호법 제정 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인 면허취소 규정 강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시도 등 최근 한국 의료계의 이슈를 나열했다.
도 이사는 특히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과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문제를 언급하며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들의 대응 현황을 소개했다.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리한 정책을 강행해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사직했으며,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해 의학 교육이 정지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도 이사는 “의협은 전 회원의 힘을 모아 당면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문가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미봉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박정율 WMA 의장은 한국 의사들이 정부와 대립하면서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번 갈등 상황에서도 의사가 중환자와 응급환자의 곁을 떠난 사례는 없었다”라며 “다만,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그간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부 환자들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차질이 있기는 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은 ‘파업’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직’이라는 점도 거듭 언급했다. 근로자의 사직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권리 행사라는 것이 박 의장의 설명이다.
박 의장은 “국제적인 의사 커뮤니티에서 한국 전공의들에 대한 지지와 공감이 많다”라며 “같은 의사라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 근로자로서 의사의 권리와 윤리적 절차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의사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정당한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했는지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루자인 알코드마니 WMA 회장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국적의 WMA 회원들은 한국 의사들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알코드마니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사직 및 휴학과 관련해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의료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미래의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토의 중 발언권을 얻은 한 WMA 회원은 “독일은 의사들이 정부와 갈등으로 파업을 시도할 때 주니어 의사들, 교수들이 조직화해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고, 정부와 민주적인 방법으로 소통한다”라며 “한국 역시 독일과 같은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