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2001년부터 운영해온 이탈리안 레스토랑 브랜드 ‘일치프리아니(IL Cipriani)’가 주요 백화점에서 잇달아 철수한다. 최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오너일가와의 경영권 분쟁 끝에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있는 일치프리아니 매장이 이달 30일을 기해 영업을 종료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문을 연 이 매장은 3년 여간 운영해왔으나 최근 경기침체와 고물가 장기화 기조와 맞물려 끝내 문을 닫게 됐다.
앞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 있던 일치프리아니 압구정점도 지난해 3월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영업 중인 일치프리아니 매장은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4곳(무역센터점, 목동점, 천호점, 킨텍스점)을 포함해 7곳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한앤코 인수 이후 외식사업 효율화 제고를 위해 매장 축소를 검토하고 있어, 남은 매장들도 추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기침체와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외식소비 부진으로 외식사업 전반의 비용 절감과 효율화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기업 차원에서도 일치프리아니 매장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외식매장 축소 조치를 두고, 최대주주가 오너가에서 사모펀드사로 변경된 데 따른 후폭풍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 매각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불필요한 몸집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사모펀드 특성상 수익이 되지 않는 사업은 빠르게 정리하는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앞서 한앤코는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한 후 6년 뒤인 2019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 식품기업을 품었다가 엑시트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한앤코는 당시 커피나 두유 같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일제히 정리하는 방식으로, 웅진식품의 회사 가치를 끌어올렸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수년 간 남양유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불매운동 등 악재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의 경우 △2020년 –770억 원 △2021년 –780억 원 △2022년 -868억 원, △2023년 -724억 원으로 2020년 이후 줄곧 적자다. 남양유업은 산하 외식브랜드로 일치프리아니 외에도 디저트 전문 브랜드 ‘백미당’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인지도 대비 수익이 낮아 ‘아픈 손가락’으로 통한다.
한편 한앤코는 2021년 이후 3년여 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주식 양도 소송을 거쳐 올해 초 최종 승소했다. 이후 지난달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을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진 변경과 내부개선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