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서 목화 키우니 집으로 수건 배달”…유통가, ‘사이버 농사’ 인기

입력 2024-04-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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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사도 잇달아 앱 내 '농장 게임' 선봬

모바일 농장 작물 키우면 집배송
과일·채소 다양…11번가·컬리 인기
앱 체류 시간 늘려 연계 매출 기대
내달 중 '이마트 팜' 론칭 이례적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이정우(가명)씨.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수건을 배송받았다. 알리 앱의 가상 농장에서 목화를 키운 덕이다. 이씨는 수건에 이어 갑티슈를 받기 위해 매일 알리 앱에서 나무를 키우고 있다.

고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가운데, 가상공간에서 농작물을 직접 길러 먹는 이른바 ‘사이버 농사’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다. 사이버 농부 고객이 늘면서 이커머스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사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내달 중으로 자사 앱에 모바일 농장인 ‘이마트 팜’을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이마트팜은 이마트앱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얻은 보상으로 열매를 키우고 수확한 후 이를 실제 상품으로 교환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서비스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비(非)게임에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뜻하는 용어다. 이마트팜에서 출석, 전단 보기, 리뷰 작성 등을 수행, 열매를 키워 상품을 이마트 매장에서 수령하는 식이다. 이마트는 최근 일반 고객을 모집, 현재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사가 모바일 농장을 도입한 건 이례적이다.

▲11번가의 모바일 농장 '11클로버' (사진제공=11번가)

그간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모바일 농장 서비스가 활발했다. 클로버를 키우는 게임 ‘11클로버’를 지난해 론칭한 11번가는 최근 아기고양이 육성 게임 ‘11키티즈’를 선보였다. 먹이와 간식으로 고양이를 육성하면 6년근 홍삼정, 프리미엄 육포 등을 비롯해 할인권을 제공한다. 먹이와 간식은 11번가 상품 검색, 구매, 숏폼 시청 등으로 구할 수 있다. 11키티즈는 오픈 직후 3주가 된 21일 기준 누적 접속횟수 934만 명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모바일 농장 게임을 적극 도입하는 까닭은 고객을 지속 유입시킬 수 있고, 앱 내 체류시간을 늘려 연계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모바일 농장 게임에 참여하는 고객도 증가세다. 모바일 농장 게임으로 계란과 고구마를 수확한다는 김주용(가명)씨는 “작물 수확까지 한 달 반이 걸린다”면서도 “물가가 크게 올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매일 시간을 들여 수확하고 있다”고 했다.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11클로버 참여 고객수는 79만 명 이상이었다. 이들은 11번가의 주요 전문관과 상품으로 이동해 매출을 일으켰다. 11클로버 오픈 직후 3개월 간 11번가 앱 내 슈팅배송의 일 평균 상품 탐색 빈도도 직전 달인 10월 대비 412% 가량 높았다.

작년 ‘마이컬리팜’을 론칭한 컬리도 효과가 뚜렷하다. 올해 2월 말 누적 기준 약 90만 명이 마이컬리팜을 이용했고 이 중 20만 명이 작물을 교환했다. 특히 게임 이용자는 비이용자 대비 컬리앱을 4배 이상 더 많이 방문했다. 마이컬리팜으로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등을 수확하면 실제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알리도 최근 모바일 농장 ‘띵띵농장’을 비롯해 ‘고고매치’, ‘머지보스’ 등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띵띵농장 등을 론칭한 결과 알리 앱 내 한국인 체류 시간이 기존보다 약 20분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라는 흥미 요소에 고물가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면서 “고객의 앱 내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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