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업계는 위기에 처한 지역 점포의 실적 개선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 운영사인 롯데쇼핑은 3월 주주들에게 공개한 영업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비효율 점포 리포지셔닝(재조정) 검토를 공식화했다. 실적 부진 매장은 폐점 뿐 아니라 체질 개선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실적이 저조한 지역 점포들부터 순차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소리다.
이런 노력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오프라인 쇼핑의 경계가 무너진 시장 상황과 고령화 가속화,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침체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탓이다. 여기다 수도권 인구 집중화, 지역 인구 절벽 등은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의 쇼핑패턴의 변화에 업계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지역색을 담을 수 있는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백화점 양극화의 주요 요인으로 ‘쇼핑패턴의 변화’를 꼽았다. 이 회장은 “지역 백화점만 해도, 지역 내 규모가 큰 백화점으로 소비자들이 쏠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백화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백화점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역 백화점 대부분이 상품을 진열하는 쇼룸 기능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백화점 매출 개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확실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백화점 대형화와 지역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색 없는 중소 규모 백화점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기존 백화점들도 지역 맛집을 유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특색에 맞는 매장으로 구성해 차별화된 전략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일본 백화점들도 여성이나 10대, 20대 등으로 고객군을 차별화하면서 해답을 찾았다”며 “국내 백화점들도 VIP 고객 마케팅이나 식음료(F&B)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점포 수가 많다고 모두 수익성이 좋은 게 아닌만큼, 대형 점포를 위주로 재편해 효율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차별화한 상품 구성, 지역 고객 맞춤형 관리 등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역 백화점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