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활동 위한 환경 및 조건도 갖춰져야...일선 교사 목소리 귀기울여 달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가 초등학교 1, 2학년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는 것과 관련해 “취지에 공감하지만, 그 과정과 방식은 우려된다”면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초 1, 2학년의 체육 교과를 분리해 신설하는 내용과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2022 개정교육과정 개편안’ 심의 및 논의에 나선다.
앞서 교육부는 10대 청소년의 체육활동 참여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는 등 이유로 즐거운 생활에 포함된 초등 1, 2학년 신체활동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 시설하는 것을 추진, 관련 교육과정 개정 심의를 국교위에 요청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만 등 학생들의 신체적 이상징후가 확대돼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교육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한다”며 “교육부의 제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022 개정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국가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2022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계의 오랜 협의와 숙의, 대국민 공청회를 거쳐 확정한 것이다. 이제 겨우 초 1, 2학년이 시행됐고 중학교는 시행 몇 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변경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협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0여년간 초 1, 2학년의 제반 교육과정을 통합교과 방식으로 운영해왔다는 점에서도 체육교과 분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저학년 학생의 발달단계 상 장시간의 신체활동보다는 게임과 놀이 중심의 활동이 적합하다”면서 “통합교과는 누리과정과 교과 중심 교육과정의 연계 과정으로, 학교적응을 위한 교과로서의 정체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체육교과를 분리하는 식으로 통합교과가 해체되면 음악과 미술 과목도 분리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다. 그는 “즐거운생활은 음악, 미술, 체육의 통합적 운영에 기반하고 있는데, 체육이 분리되면 음악과 미술 역시 분리를 요구할 것이 자명하고 이미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체육활동 강화를 위한 환경 및 조건도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인력지원, 시설, 체육활동에 따르는 민원 및 위험요소 등에서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에도 정책 결정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고시된 시간에서 30%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새로운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총 3366 시간이라는 시간 내에서 시수의 20% 범위 내 자율조정을 통해 시간표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제 개별학교는 학교자율시간, 정보교과의 늘어난 34시간에 이어 학교스포츠클럽 34시간을 추가로 배치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성급한 추진을 국교위가 받아서 연이어 성급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현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살피며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치기를 소망한다”면서 “지금부터 1년 정도 숙의 기간을 설정하고 초 1, 2학년 독립교과화, 중학교 스포츠클럽 시수 확대라는 의제를 포함해 체육활동 확대와 강화를 위한 교육계의 진지한 숙의 과정을 거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