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2심, 보수약정·위임약정 모두 무효로 판단
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 없이 국내에서 취득한 상속·유증 재산은 무효이지만, 상속재산 분할 사건 처리를 맡은 변호인과의 일부 계약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보수 약정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보수 약정·위임 약정 모두를 무효로 한다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보수 약정과 관련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북한 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라며 “그러한 법률행위가 재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에게 사건의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 그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해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무보수로 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보수 약정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양 당사자는 이 사건의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하려는 가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파기ㆍ환송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은 변호사가 무보수로는 위임약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보수약정과 함께 위임약정도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지만, 이러한 원심 판단은 민법 제137조의 일부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북한에 자녀들을 둔 A 씨가 2012년 3월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A 씨의 상속인은 2013년 4월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청구했다. 북한 주민인 A 씨의 자녀 2명은 국내 법무법인과 위임 약정 및 보수 약정 체결했다. 변호사는 이들을 대신해 친생자 존부 확인의 소,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등을 제기했다.
2019년 상속인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하면서 A 씨의 북한 주민 자녀들은 196억 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분할받았다. 법무법인은 2016년 체결한 보수 약정에 따라 상속분의 30%인 약 59억 원의 보수를 청구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 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한 남북가족특례법 15조에 따라 변호사와의 보수 약정과 위임계약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환송함에 따라 고등법원이 위임 약정에 따른 보수액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