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조건부 수용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매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영수회담 비선 논란의 후폭풍 역시 거세지면서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로 진화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8일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추진 과정에서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비밀 특사 역할을 하며 회담 성사를 조율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날 대통령실이 "물밑 조율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이재명 대표도 "영수회담 관련해 우리 비서실장이 용산과 협의하고 진행한 게 전부"라며 대통령실과 비슷한 해명을 내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BBS라디오 방송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본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두 교수를 직격했다.
이번 비선 논란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터져 나와 윤 대통령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의혹과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 비서실장 추천설' 이후 두 번째로 불거진 비선 문제다. 회담 과정에서 '총리 추천 제안'이 있었다는 의혹이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여권 지지층에서 탈당을 요구하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 일부에선 윤 대통령이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각종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선 승리를 이뤄낸 정치적 통합 구조를 스스로 해체한 것부터 시작해 윤핵관의 전횡과 내부 총질론, 친윤·비윤의 인위적 편 가르기, 전당대회의 난폭한 개입, 국민을 실망시킨 디올 사건, 이종섭·황상무 인사 파동, 민생고에 무신경한 대파 논란에다 한동훈 축출 파문까지 지난 2년 동안의 정치적 오류와 과실에 대해 겸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소한 의혹조차도 오만한 인식과 부실한 대응으로 스스로 파문을 키우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만든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에 대해 철저한 자기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디올백이든, 주가조작이든,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이든 본인하고 부인하고 관련된 문제는 '특검이든 무엇이든 진짜 반성하고 법대로 하겠다' 이렇게 털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문제나 2월 디올백 갖고 이야기했을 때 국민이 고구마 몇 개 먹고 물 안 마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 않나. 9일 기자회견은 그런 걸 좀 깨부수는 파격을 보이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사과, 앞으로 3년 동안 새로운 국정에 대해 밝히면 국민 마음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국 뇌관이 된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선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기류가 당내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다.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자칫 의혹을 더 키우고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전날에도 "국민 다수가 특검 도입을 지지하게 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대안 없이 거부권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민심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대통령은 먼저 대국민 입장표명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켜 일파만파를 초래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역시 "만약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투표할 일이 생긴다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 인사 발표 자리에서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직접 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9일 기자회견에서 이전보다 구체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첫 회견 당시 33분보다 늘어난 1시간 동안 주제 제한 없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