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의 새 ‘얼굴’이 된 허은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당원과 국민이 인정해줬다. 소신의 정치를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대표는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이미지 전략가’ 영입 인재로 발탁돼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허 대표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중 한 사람으로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와 비주류의 길을 걸으면서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셨고, 4·10 총선 서울 영등포갑에서도 낙선했다. “패배자의 느낌이 있었다”는 허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긴 허 대표는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당 지지율을 15%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허 대표는 “적어도 선거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지지율은 만들어놓고 후보들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며 “이번 지도부는 그것을 해야 하는 지도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대표 선출된 후 어떻게 지냈나.
“엄청 바쁘게 지냈다. 19일 전당대회 당일에 가장 행복했고, 20일에는 조금 행복했고, 21일부터는 일이 쌓이고... 당선된 지 하루, 이틀 됐는데 원하는 게 많으니까. 그래도 저는 매우 행복하다. 당원 비율이 50%였는데, 당원 중 70%가 투표에 참여한 게 헌정사상 최초라고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이겼고. 우리가 새롭게 도입한 게 25% 대학생 현장 투표와 언론인 평가였는데, 솔직히 힘들었다. 20대 초반의 당원들을 보면서 ‘어떻게해야 저 분들을 만족시 있을까’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 전당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나.
“주제를 주면 4~5시간씩 공부했다. 그런데 주제에 대해 안 물어볼 때가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반도체’를 주제로 할 때는 양향자 원내대표가 칭찬해줬다. ‘반도체 공부해 온 사람이 허은아 후보밖에 없네’라고 했는데, 고마웠다. 이렇게 공부한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 누가 가장 축하해줬나.
“남편이 제일 축하해주고, 우리 캠프, 부모님 이렇게. 왜냐하면 계속 지기만 했으니까. 예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졌지, 이번에 영등포갑 선거에서도 지니까 계속 지는 느낌, 패배자 느낌이 있었다.”
- 마지막에는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나.
“예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왔는데, 막상 6등을 했다. 1인 2표제는 그만큼 예측이 안 된다. 특히 우리 전당대회는 처음 해보는 거라 더욱 예측이 안 됐다.”
- 당선 직후부터 여·야당 대표들과 릴레이 회동을 했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들은 것 같다.
“원래 정치는 협치가 기본이니까. ‘서로 바뀌지 말고 잘 지내자’는 제스처를 보여주신 거로 생각한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니까 특히 더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캐스팅보터’ 역할이다. 지지율에 비해 민심이 나쁘지 않은 당이다. 주변에서도 ‘양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개혁신당이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양당 입장에서는 그런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
- 각 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 나갈지에 주목이 된다. 범야권과의 관계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련해서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는 참석했는데, 21일 국회 본청 앞에서 한 규탄대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범야권과 공조할 때와 안 할 때, 기준이 있을까.
“우리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관련해서 이준석 대표와 이슈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 인권을 놓고 토론하고 대화가 잘 되지만, 집회를 통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반대한다.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유를 외친다. 장외 집회나 아스팔트 정치는 지양하는 기조가 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박정훈 대령 공판장에 갔다. 그분들 기자회견에 한 명이라도 더 서 있으면 힘이 되니까. 저희는 그런 행동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국회에 있는 사람이라면 의회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을 하더라도 토론해서 국민을 설득시켜야지, 우리가 거리에 나선다고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의회에서 싸울 수 있다. 법안을 만들던지, 아니면 법안 통과를 위해서 뛰던지 다양한 방법을 할 수 있다.”
- 여당과의 관계를 보면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이념이 같다”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 나갈 건가.
“다른 당과 똑같은 관계 아닐까. 국민의힘과는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게 있다. 공정이나 자유, 책임이 보수의 가치인데, 저희는 ‘보수’나 ‘진보’라는 이념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당헌·당규에 ‘사회적 보수’라는 단어가 있다. 사회의 흐름에 맞춰가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당대회 출마 당시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 출마자가 43명이었기 때문에 후보가 있어야 한다. 전 지역에 출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나 세대별로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
- 개혁신당의 현재 지역 기반은?
“수도권이다. 지금 수도권에 당원의 절반 이상이 있다. 수도권에는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 지역에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에 치우친 정당은 호남에서 후보 내기 힘들고, 호남에 치워지면 영남에 후보를 내기 힘들다. 그런데 저는 사실 ‘수도권 기반’이라는 말보다 ‘온라인 기반’이라고 얘기한다. 전국 어디에서 우리와 소통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 그래서 ‘디지털 정당’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지방선거에는 3~4석씩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많다. 그러면 당선 가능성이 크다. ‘돌풍’이라 한다면 전국에 후보를 내는 것부터가 ‘돌풍’이라 본다. 이후에 당선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저는 호남에서 자신 있다. 조국혁신당도 이길 자신이 있다.”
- 지역별 맞춤 전략이 있을까?
“저는 자유로움을 좋아한다. 지역마다 색이 너무 다르다. 지역의 시·도당 위원장이 알아서 하게 하고, 저는 기본 세팅만 해줄 것이다. 빨리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열어서 당협위원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당협위원장이 한 명도 없다.”
- 전당대회 때 ‘대통령을 만들 사람’도 슬로건으로 걸어 화제가 됐다.
“후보로 이준석 전 대표를 생각하고 있지만, 그분은 아직 ‘나가겠다’, ‘안 나가겠다’ 말한 적이 없다. ‘겸손하겠다는 말이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후보들도 떨어질 것을 알고 희망이 없는데 나갈 수는 없다. 적어도 선거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지지율은 만들어놓고 후보들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도부는 그걸 해야 하는 지도부라고 생각을 한다.”
- 목표 지지율은?
“15%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올해 안에 10%만 넘겨도 좋겠다. 지금 5~7%에서 안 움직인다. 빠르게 지역 조직을 정비해서 몇 달이 지나면 두 자릿수로 갈 것이다. 그동안 3명의 당선인이 계속 이슈를 끌고 가야 한다.”
- 당선자 3분께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이제 슬슬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알아서 잘하고 계신다(웃음)”
- 22대 개원 후 당론으로 발의할 법안이 있을까.
“정책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정리해둔 게 있는데, 사실 1호 법안은 원내에서 하기 때문에 제가 발언하기에는 아직 적절치 않다.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최고위 회의를 할 때 빨리 밝히라고 하겠다.”
- 거듭 증명의 시간을 거쳐왔던 것 같다. ‘당대표 허은아’가 가지는 의미는?
“정치 인생에 터닝포인트의 기회가 온 것 같다. 사실 인재 영입을 통해서 비례대표로 있었고, 그러다 수석대변인이 되었으니까 늘 당의 입장을 얘기해왔고, 제 의견을 잘 말하지 못했다. 당 대변인, 또 초선 비례는 처음에 자기 의견을 내기가 많이 어려웠다. 당 대표로서 물론 지켜야 할 선이 있겠지만, 제 생각과 소신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건 ‘정치인 허은아’에게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당원과 국민이 인정해준 것이 아닌가. 좀 더 당당해졌다. ‘소신의 정치’를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늘 할 말을 해온 분으로 생각했는데, 마지막 말은 의외다.
“‘저는 제 정치를 해본 적이 있나?’라고 물으면 글쎄... 물론 국민의힘을 나올 때는 그렇다 볼 수 있는데, 저는 그게 정치라고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는 미래세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저는 지금까지 비례대표로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받은 혜택을 국민이 실망하지 않게, 미래 정치인들이 정치할 수 있도록 내가 걸음이 돼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추후에 내가 어떤 정치를 해봐야지 이런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당 대표 당선은 내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바라는 국민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자신감이 생겼달까. 만약 이번에 당선되지 않았으면 많은 좌절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치라는 게 기득권에 줄 서는 거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알아주는 사람조차 없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었을 것 같다. 저는 ‘이게 답이다’고 생각해서 걸어왔는데, ‘이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감사했고,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를 만날 때나 어디에 설 때도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니까 조금 더 당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