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언급도
‘관심전환이론’ 빗대 ‘탈당 사태’ 관련 가능성
관계자 “물리적 불가능 영수회담...전형적 꼼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틀 연속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연금개혁을 압박하고 나섰다.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란을 언급하며 ‘반일(反日)’ 카드도 다시 꺼냈다. 당원 탈당 사태가 이어지자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어제 국민연금 문제를 더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신속하게 해결하자고 제안했다”며 “민주당은 현재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하고 있지만 1% 차이, 이 차이를 두고 또는 그 이하의 차이를 두고 중대한 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22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와 지급액을 조정하기 위해 협상을 거듭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이견을 나타내며 사실상 협의가 중단됐다.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 소득대체율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이 대표는 전날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영수회담에 이어 이날은 여당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동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마무리되기 전 대통령이 여야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반일’ 감정을 다시 자극하며 정부의 무능을 부각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시 카이 베그너 시장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 “한일관계가 개선됐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일본 관련 일에 대해서만 한결같이 굴종적인 자세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앞서 ‘라인야후’ 사태 때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일’ 관련 게시글을 3건 연달아 올리며 사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 민주당 ‘당원 탈당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 상황이 어지러울 때 외부의 적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워 내부 결집을 꾀하는 ‘관심전환이론(diversionary theory)’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성추문으로 탄핵에 몰리자 난국 타개용으로 코소보 공습카드를 꺼낸 바 있다.
최근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자가 낙선하자 2만 명 넘는 당원이 탈당했다. 지난해 9월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약 6000명 당원이 집단 탈당했던 때와 비교해 3배 높은 수준이다. 이 대표는 23일 탈당 당원들에 온라인 편지를 보내 “포기하고 탈당할 것이 아니라 당의 주인으로서 회초리를 들어 민주주의를 위한 여러분의 도구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층을 다잡기 위해 물리적인 시간이 불가능한 영수회담을 제안한 전형적인 꼼수 정치”라고 비판했다. 25일 채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통과 촉구 범국민대회, 26~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잇달아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8일 본회의 전 영수 회담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영수회담 거절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천준호 대표비서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지금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금개혁안의 28일 본회의 야당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