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팀장 “오를 일만 남은 리츠…주주환원 적극성 보여야죠”

입력 2024-05-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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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투자2팀 팀장 인터뷰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투자2팀 팀장이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주주서한을 발송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지스자산운용)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해 11~12월부터 글로벌 리츠는 빠르게 반등해 10%대 수익이 났는데, 국내 리츠는 마이너스에 머무르며 글로벌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습니다. 이대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시기가 길어지면 국내 상장리츠 시장은 성장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무엇이 됐든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상장리츠 주주서한을 발송했죠”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투자2팀 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이지스자산운용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최근 주주서한을 발송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2일 박 팀장을 중심으로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국내 상장리츠 19곳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국내 리츠의 대형화와 시장의 장기 성장을 위해 △투자자 관점의 부동산 자산 운영 정보의 주기적 제공 △적극적인 투자설명회(IR) 활동 △이해상충 방지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박 팀장이 몸담은 증권부문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국내외 상장리츠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곳으로, 이번 주주서한 또한 리츠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투자자로서의 ‘책임감’이 작용했다.

실제 인력과 운용 규모 면 모두 국내 상장리츠 투자 조직 중 가장 크다. 총 6명이 운용 중인 상장 리츠 자산은 약 9000억 원에 달한다. 흔히 알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상장리츠(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이지스레지던스리츠)를 운용하는 조직과는 차이니즈 월(정보교류차단)로 분리된 독립적인 곳이다.

리츠 주주서한 발송 한 달…‘정보 공개’로 주주친화력 높여야

그렇다면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지 한 달째인 현재 서한을 받은 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박 팀장은 “주주서한을 받은 리츠 운용사들은 ‘주주서한’이나 ‘행동주의’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강해서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취지나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소통하고 있다”며 “이에 부족한 점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려는 곳들도 많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최근 고금리 여파로 하락세를 겪던 국내 상장 리츠의 주가가 성장하려면 자산관리회사(AMC)가 적극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해외 리츠처럼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정보에 대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야 투자수요가 늘고,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본 것이다.

박 팀장은 “일본이랑 우리나라는 리츠 도입 시기가 1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일본 리츠 시장은 현재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 넘어가고, 우리는 7조 원대를 기록 중”이라며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도 시총이 60조 원가량 되는 것을 보면 차이가 상당하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리츠 제도를 2001년, 일본은 2000년 도입했다.

박 팀장은 “전 세계에서 리츠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는 상장리츠가 분기마다 갖고 있는 수백 개 자산의 전 분기 대비 임대료 상승률과 임대율 등을 전부 세세하게 공개해 부동산 관점에서 전 분기 대비의 변화를 알려준다”며 “글로벌 리츠와 비교해 국내 상장리츠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역사가 짧아서 시장 내 플레이어들은 일부 기관투자자를 응대하는 방식으로만 발전했다”며 “상장리츠는 일부 기관 외에도 굉장히 다수의 개인이 투자하기 때문에 이들을 응대하는 시스템이나 인력, 의지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공개하는 정보는 리츠 시장에 더 최적화한 기준을 중심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부동산 자산은 일반 회계 기업 기준과 다른 지표를 써야한다”며 “리츠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쓰면 잘 맞지 않아 ‘PNAV’ 등을 쓰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전미 리츠협회(Nareit·나리츠)가, 유럽은 유럽 리츠협회(EPRA·에프라)가 리츠 재무제표 기준과 지표들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리츠들은 이에 맞춰 수치를 발표하고 리포트도 발간된다”며 “국내 리츠협회도 이처럼 개선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투자 사이클 빠른 상장리츠…금리인하·임대수익에 ‘청신호’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투자2팀 팀장이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주주서한을 발송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지스자산운용)
박 팀장은 “리츠와 실물 시장은 투자 사이클 주기가 다르다”며 “실물 시장은 전부 계약 기반이라 잔금 등의 절차가 있어 금리가 올라도 상장리츠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후행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그는 “시장에 상장돼서 매일 거래되는 리츠는 주기가 빠르다”며 “항상 상장리츠가 먼저 빠진 후 실물 시장이 둔화되고, 둔화 중에는 상장 리츠가 먼저 회복하고, 실물 시장이 그다음에 회복한다”고 했다.

박 팀장은 현재 리츠 시장이 바닥에 달했다고 보며 투자자는 투자에, 리츠 운용사는 투자자와의 소통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망치를 좋게 보고 있는 이유는 금리가 언제 얼마큼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른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부정적인 건 해소됐고, 긍정적인 요소가 언제 오느냐의 시점 문제”라고 했다.

또 그는 “리츠는 외부적으로 보면 금리인하 여부가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임대 수익이 오르냐 떨어지냐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섹터인 오피스의 주요 권역 공실률이 대부분 3% 미만으로, 임대료가 상승하기 좋은 구간”이라고 했다.

이어 “금리가 가만히 있더라도 임대료가 상승해 리츠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향후 금리까지 빠지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팀장과 이지스자산운용 대체투자증권파트는 이번 주주서한 이후에도 장기적 차원에서 리츠와 관련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팀장은 “주주 행동주의라기보단 주주 관여( engagement) 활동에 가까울 것”이라며 “리츠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리츠가 주주친화적 행보를 보이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친화적이지 않으면 투자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리츠의 주주친화적 행보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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