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영업점도 1년새 24곳 감소
조달비용 상승으로 모집인 수 급감
온라인 발급 활성화에 설 자리 잃어
지난달 처음으로 카드모집인 수 5000명 선이 붕괴됐다. 비대면 발급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조달비용이 상승하며 카드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5월 말 기준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4921명으로 집계됐다. 카드모집인이 50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모집인 감소세는 2016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카드모집인은 2002년 말 8만7733명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03년 카드 사태 여파로 대부분 구조조정을 겪었다.
2016년 2만2872명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2017년 1만6658명을 기록, 1만 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2020년 9217명 △2021년 8145명 △2022년 7678명 △2023년 5818명으로 매년 1000명씩 뚝뚝 줄어들었다. 올해 초 여신금융협회가 주최하는 신용카드 모집인 등록시험이 4년 만에 재개됐지만, 신규 지원자 수는 급감했다.
영업점도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국내 영업 점포 수는 121개로 전년(145개) 대비 24개 줄었다.
연도별 추이로 살펴보면 △2019년 206개△2020년 192개 △2021년 197개 △2022년 145개 △2023년 121개로 꾸준히 감소세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100개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별 모집비용도 줄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업 카드사의 총 모집비용은 84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0억 원 감소했다.
카드사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는 이유는 조달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영업점과 모집인 등 대면 영업을 대폭 축소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한국신용카드학회에 따르면 올해 자금조달 비용은 전년 대비 22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몸집 줄이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카드 상품의 단순한 구조도 모집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모집인과 달리 보험설계사 수는 40만 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와 달리 보험 상품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보험 가입 시 설계사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드모집인들에게는 신규 고객 유치 시 길거리 모집 행위와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규제도 모집인 감소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온라인 발급률은 50%에 육박했다. 카드모집인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들어 카드모집인을 대신해 보험업계 등 대면 영업 조직이 큰 금융권에서는 카드 모집을 부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이외에 카드 등 금융상품을 상담하는 종합자산관리 컨설턴트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 4월 롯데손해보험은 자사 위촉 설계사에게 롯데카드 모집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롯데카드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일정 자격을 취득하면 카드모집인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카드모집인 수가 너무 줄어들면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카드모집인 감소는 조달비용과 적격비용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의 수익 악화로 인해 나타난 문제”라며 “플랫폼을 통한 가입자는 카드 혜택이 없어지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적정 수준의 카드모집인 유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