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늘고, 이탈률은 낮아져…"합병땐 공룡 OTT 대항마 될 것"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처음으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추월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웨이브와 합병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가 양사 간 합병에 대한 세부 사항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이달 중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말 CJ ENM과 SK스퀘어는 합병 등 전략적 제휴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MOU 체결 이후 별다른 진척이 나오지 않아 한때 ‘합병 무산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SK스퀘어가 올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웨이브와 티빙 간 합병 계약을 조속히 체결하겠다”고 밝히는 등 점차 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도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합병 시 CJ ENM의 이익은 최대 2000억 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SK스퀘어는 티빙과 합병 가시화 등에 따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티빙이 최근 넷플릭스를 처음으로 앞지르며 두 OTT의 합병으로 공룡 OTT에 대항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이 온라인 독점 중계하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마지막 방영날인 지난달 28일 티빙의 총 사용 시간은 250만 10시간으로, 넷플릭스의 240만 8179시간을 9만 1831시간 차이로 추월했다.
1인당 평균 시청 시간도 티빙이 넷플릭스를 앞섰다. 지난달 티빙의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은 12.13시간, 넷플릭스는 9.77시간이었다. 이탈률은 넷플릭스가 더 높다. 지난달 티빙의 이용자 이탈률은 21.71%였으며, 넷플릭스의 이탈률은 23.83%였다. 이용자 이탈률은 넷플릭스가 올해 들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반면 티빙은 낮아지고 있다.
다만 이같은 티빙의 성장세에 CJ ENM과 SK스퀘어 간 협상 온도차가 있어 마지막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의 늘어난 이용자가 합병 비율 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반면 SK스퀘어는 11번가, SK쉴더스 등 포트폴리오 정리가 필요해 웨이브의 합병이 조속히 이뤄져야 해 아쉬운 입장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양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보면 협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티빙의 지분 48.85%는 CJ ENM이 갖고 있고 네이버, 에스엘엘(SLL)중앙, 케이티(KT)스튜디오지니 등도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가 지분 40.5% 갖고 있으며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가 각각 약 20%씩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 법인의 각 주주별 지분 배분도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과 웨이브 측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티빙과 웨이브 관계자들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진척이 많이 된 건 사실이나 아직 구체적으로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국내 OTT 첫 간담회서도 김홍일 위원장이 티빙 최주희 대표와 웨이브 이태현 대표에게 두 OTT의 합병 추이에 대해서 물었으나 최 대표와 이 대표는 말을 아끼고 주주들이 논의할 거란 입장만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