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안 발의, 국민의힘의 2배
쏟아지는 ‘지역 선심성 법안’…국가기관 유치·예산 확보
“국회와 지방의회 구분 안 돼…정체성 찾아야”
22대 국회 개원 보름 만에 380건이 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선심성 지역구 법안’ 성격이어서 중앙 정치 무대의 주역인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오남용하는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 건수는 오후 3시 기준으로 381건(의원 입법)이다. 하루 평균 27건 꼴로 매일 새로운 법안이 각 상임위원회에 쌓이고 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 의원들이 '선심성 사업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안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보름 사이 총 242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그 절반 수준인 128건을 발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발의한 법안은 2건이다.
조국혁신당은 9건을 발의했고, 개혁신당 등 그 외 정당은 아직 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구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다수 발의됐다. 주요 국가기관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황명선(충남 논산·계룡·금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1일) 1호 법안으로 ‘논산·계룡·금산 민생 회복 패키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중 하나인 ‘인삼산업법 개정안’은 인삼 전문연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인삼 산업의 가격안정 등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책무도 규정했다.
인삼은 황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금산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황 의원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삼 전문연구기관을 충남 금산에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준현·민형배 민주당 의원 등은 자신의 지역구에 법원을 유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세종시에 지역구를 둔 강 의원은 ‘세종지방법원’을 설치하는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인근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 중 일부를 신설된 세종지방법원 관할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광주 광산을이 지역구인 민 의원도 서울과 수원, 부산에만 있는 회생법원을 광주에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법원설치법·채무자회생법)을 발의했다. 민 의원뿐 아니라 광주 지역 의원 전원이 법안 발의에 참석했다.
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은 우주항공청 소재지 외에도 그 ‘주변 지역’을 우주항공 복합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예산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진주는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의 이웃 지역이다.
옆 지역구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도 진주를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트로 만들기 위한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내놨다.
호텔 내 카지노 입점을 막는 법안도 눈에 띈다. 송재봉(청주 청원)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내 카지노 입점을 금지하는 교육환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주 도심 호텔에 카지노 입점이 추진되면 교육환경이 훼손된다는 지역주민 등의 반발에 따른 입법이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국가 현안보다 지역 여론을 염두에 둔 선심성 법안을 남발하면서 과도하게 지역구 정치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사실 한국 정치라는 게 지역구에 얼마나 잘 뿌리내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적인 과제보단 자신의 지역구 관련 법안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인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에 맞춰서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법안을 집중 발의하는 게) 마냥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방의회와 국회의원의 역할이 구분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한국 정치가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