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가격 하락, FTX 사태에 어려움 겪다가
스타트업 토큰 발행으로 반등
가상자산 M&A, IPO 기대감도 커져
가상자산(가상화폐) 스타트업 펀딩 규모가 10년 만에 1000억 달러(약 139조 원)를 돌파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가상자산 전문 업체 디파이라마를 인용해 가상자산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가 2014년 이후 현재까지 10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록리서치는 별도 집계에서 2017년부터 누적 투자액이 950억 달러를 웃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 펀딩은 한때 가상자산 가격 하락과 FTX 사태가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FTX 사태 이후 타이거글로벌과 테마섹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부분 발을 뺐고, 그 결과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액은 2021년 이후 급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스타트업들이 발행한 토큰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벤처 투자자들은 투자 초기 단계에 조달 계약금의 일부를 토큰으로 구매해 왔다. 토큰은 코인과 함께 가상자산으로 불리지만, 둘 사이엔 차이가 있다. 흔히 알려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코인은 자체 블록체인을 가진 고유한 가상자산이지만, 토큰은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가상자산이다. 이미 생성된 블록체인에서 생성되는 토큰이 코인보다 프로세스가 단순하고 접근성이 높아 거래가 신속하게 가능하고 단기 수익을 내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에셋캐피털매니지먼트의 리처드 갤빈 공동 창업자에 따르면 일부 유동 토큰의 경우 벤처 투자자의 수익 주기를 기존 5~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강점은 과거 코인 투자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L1디지털의 레이 힌디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베팅으로 손실을 본 기관들은 시장에 너무 늦게 들어왔거나 투자에 현혹됐던 탓”이라며 “그건 잘못된 투자였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다시 강세를 보인 점도 펀딩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연초 4만 달러 중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3월 7만 달러를 돌파했고 이달 들어서도 6만~7만 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관련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매슈 케네디 투자전략가는 “가상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앞으로 1년 반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관련 IPO가 나올 수 있다”며 “최대 15개의 가상자산 기업이 상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인베이스의 훌리 테즈와니 벤처 부문 이사 역시 “가상자산 산업이 성숙해질수록 인수·합병(M&A)과 IPO 활동이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