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 공시 제도 가상자산 특성 한계에 막혀 좌초
공시 제도, 투자자 보호 vs 투자 폭 제한 양날의 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통합공시 시스템 구축과 운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 국내 업계에서 복수 업체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당국 차원에서 만드는 공시 시스템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당시 포함된 국내 부대의견에 대한 이행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시업에 대해서는 우선 공적 부문의 공시업무 수행 방안(통합공시시스템)을 검토하고, 추후 민간 공시업 별도 설정에 대한 실익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간 업계에 가상자산 공시 시스템이 없던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2019년 4월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직접 소통하며 공시 제도를 운용했다. 공시를 원하는 프로젝트가 업비트에 공시 내용을 보내면 내부 검토를 거쳐 업비트에 게재하는 방식이다.
정상 운영되던 업비트 공시 제도는 약 2년 만에 중단됐다. 2021년 3월 업비트는 고머니2(GOM2)가 5조 원 규모의 북미 펀드인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실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업비트는 고머니2를 상장폐지 했다. 고머니2 허위 공시를 발단으로 업비트는 기존 공시제도를 일시 중단했다.
국내외에서 운영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거래소에 상장되기 때문에 공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자 보호 입장에서 필요한 제도임이 맞지만, 모든 공시를 다루기 어려워 자칫하면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때문에 민간기업에서 공시 시스템을 운영은 부담될 여지가 있다.
당국은 보고서에 향후 공시의무 규제 도입 시, 통합공시시스템 운영은 공적기관(공공기관, 자율협의기구, 법정협회 등)에서 수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당국 차원에서 공시 시스템을 운영할 경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투자할 수 있는 가상자산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프로젝트에서 내는 자발적 공시가 다일 것”이라며 “정상적이고 성실하게 공시하는 프로젝트들 위주로 상장 관리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공시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래지원 차원에서의 불이익”이라며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투자할 수 있는 가상자산들이 줄어들어 투자폭이 좁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시제도를 운용하는 기구가 법제화되지 않을 경우 가상자산 프로젝트와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일례로 5개 원화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ㆍ닥사)는 자율협의체로 법적기구가 아니다. 이에 따라 2022년 닥사에 의해 위믹스(WEMIX)가 상장폐지 됐다. 당시 위믹스 투자자들은 닥사를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업계에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법제화되지 않은 기구는 결국 부당 공동행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