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정상회담...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입력 2024-06-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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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4년 만에 북한 방문
에너지, 우주, 국방 수장들 확대회담 동석
러, 북한과 군사·경제 협력 강화 의욕
김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폭 지지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경제적 협력은 한층 심화하게 됐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양국의 협력 강화를 견제하는 만큼 향후 동아시아 정세에도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새벽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새벽 공항서 푸틴 기다린 김정은...우애 과시

19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류신-96 전용기를 타고 새벽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평소 정상회담장에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비행기로 입국한 이날도 애초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고, 1박 2일 일정이 당일치기로 바뀌었다.

새벽임에도 공항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중 나와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이 도착한 후 포옹을 나눈 둘은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아우루스 리무진을 타고 공항을 떠났다. 아우루스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고급 리무진으로, 푸틴 대통령은 2월 김 위원장에게 이 브랜드 차량을 선물한 적 있다. 둘은 서로 먼저 차에 타라고 권하는 등 현장에서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머물 예정이던 금수산 영빈관까지 함께 이동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영빈관에 도착한 후 두 정상은 친근한 담소를 나눴다”며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염원에 따라 더 확실하게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속마음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주요 각료가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우주·에너지·국방 수장 함께한 정상회담…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날이 밝자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푸틴 대통령 환영식이 열렸다. 도로 곳곳에는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와 함께 환영 글귀가 보였고 광장에 들어서자 꽃을 든 평양 주민과 의장대가 푸틴 대통령을 맞이했다.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들도 함께했다.

환영식이 끝난 후 북러 확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러시아에서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크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성남 당 국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이 자리했다.

참석 명단만 봐도 러시아 배석 인사가 13명으로 북한의 6명보다 훨씬 많아 북한과의 군사·경제 협력 강화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수십 년에 걸쳐 강요된 패권주의와 미국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워 왔다”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러시아 정책에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외교 관계 격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러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양국 관계 구축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오늘 장기적인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준동맹 수준의 관계로, 외교적으로 보면 한국과 러시아가 2008년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보다 높은 단계다. 푸틴 대통령은 “차기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러시아 정부와 군대, 인민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대 회담이 끝난 후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별도로 비공개 회담을 열었다.

▲김정은(맨앞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맨앞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한미일 모두 견제…신경 쓰이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

푸틴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에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 경계감을 보였다. 전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심화”라며 “북한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타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뿐더러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러 간 군사적 연계, 협력의 강화 등을 포함해 일본을 둘러싼 지역의 안보 환경이 한층 엄중해졌다”고 평가하며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선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개최됐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북한이 최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오랜 우방국인 중국도 결코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늘어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아시아) 역내에 더 많은 미군 주둔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중국에도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러 양국의 정상적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한반도 전략센터 연구위원은 “다만 러시아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한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며 “중국처럼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확장을 역내 위협으로 보는 우방국들을 화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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