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퇴사 조건 나빠져
보험사도 희망퇴직 조건 크게 축소
시중은행 신규채용 전년 절반 수준
하반기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 희망퇴직이 시작된 가운데 ‘역대급 이익’에도 퇴사 조건은 오히려 나빠졌다. 희망퇴직 퇴로가 막히면서 ‘인생 2막’을 찾아 떠나는 직원 수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채용문도 훨씬 좁혀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18일까지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자로 선정될 경우 연령에 따라 최대 24~28개월 치 평균 임금을 받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초 단행한 희망퇴직에서 최대 36개월 치 평균 임금을 지급했고, 올해 초에는 최대 31개월 치 평균 임금을 지급하며 점점 축소되고 있는 분위기다.
희망퇴직 조건 악화로 은행권의 희망퇴직자는 줄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희망퇴직 형태로 1496명이 회사를 떠났다. 1년 전 1729명과 비교하면 퇴직자 수가 233명(13.48%)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 674명 △신한은행 234명 △하나은행 226명 △우리은행 362명이 퇴직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하곤 모두 전년 대비 퇴직 인원이 줄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줄줄이 써냈던 보험사들의 희망퇴직은 메리츠화재를 제외하곤 감감무소식이다. 메리츠화재도 2015년 이후 9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보험사는 현대해상과 흥국생명, KDB생명 정도가 꼽힌다.
업황 악화를 겪는 카드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초 우리, 현대카드가 희망퇴직 실시했지만 타 카드사들은 희망퇴직 신청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우리카드도 퇴직금 규모를 전년보다 5개월 치 삭감하는 등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의 희망퇴직자는 50명이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일부 카드사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으로 ‘돈 잔치’ 논란이 빚어지면서 희망퇴직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 역시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희망퇴직자가 줄자 순환고리로 이어지던 신규 채용 규모도 감소했다. 올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신규 채용한 인원은 530여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000명)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국민·신한은행은 100여 명을 채용해 전년 동기(250명) 대비 60%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150명(250명→150명), 우리은행은 180명(250명→180명)을 신규 채용하는 데 그쳤다.
카드사도 상반기 신규 채용이 0명이다.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 신규 채용은 73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채용문이 꽉 닫혔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황 악화도 문제지만 희망퇴직자가 없어 신규 채용할 여력이 없다”며 “50대 이상 부서장들의 재취업 가능성이 낮아 최대한 회사에 남으려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 대리급보다 부장급이 더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