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윤구 ‘법무법인(유한) 동인’ 경영 총괄 대표 변호사
업무협약 통한 ‘브랜드 제휴’부터 시작
장기적인 회계 통합까지…단계적 합병
“브랜드 제휴는 ‘원 펌’ 인식할 정도로”
창립 20주년 맞아…‘변호사 400명 이상 초대형 로펌’ 모색
사건 발굴기획‧홍보‧합병 및 자문팀 보강
동인 발전 방향에 세 가지 키워드 꼽아
부장판사 출신 등 ‘전문 대변인단’ 신설
‘승소 전략 협업 시스템’…승소율 최고조
자문강한 로펌과 연합…나아가 합병 검토
황윤구(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유한) 동인 경영 총괄 대표 변호사는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도덕성이 검증된 로펌들과 합병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공개했다.
법무법인(유) 동인은 2004년 설립 이래 10년 만에 변호사 100명 이상 규모로 커져 짧은 기간 급성장한 경험을 갖춘 법인이다. 이후 다시 10년이 경과한 2024년 현재 변호사 수 220명 정도로 외형을 확장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 ‘400명 넘는 변호사를 거느린 초대형 로펌’으로 재도약할 발판 마련에 고심 중이다.
황 총괄 대표 변호사는 이날 “회사 간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회계 통합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업무협약을 맺어 ‘브랜드 제휴’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합병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마다 변호사와 임‧직원 보수체계, 수임료, 복지‧승진‧근속 등에 관한 규정들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구성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에 걸친 신중한 작업이 필수다. 따라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합병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브랜드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 변호사는 “브랜드 제휴는 외부에서 봤을 때 하나의 로펌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적 협력 시스템’ 밑바탕 승소율 견인
그는 지난달 초 경영 총괄 대표 변호사에 취임한 뒤 줄곧 동인 발전을 위해 시급히 시행해야 할 법무법인 시스템 개선 키워드로 △사건 발굴 기획 △홍보 △합병 및 자문팀 보강 등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황 대표는 “로펌 순위 5위권 밖 법인들은 송무(訟務) 성공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대기업이 주 고객이 되는 확률은 낮다”며 “5위권 내 로펌들이 주 담당하는 사건별로 서브(Sub) 로펌으로서 일부 기능을 수행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실정에서는 장기적으로 합병 등을 활용해 법인 브랜드 가치를 높여 대기업에서 고가 선임비를 지급하더라도 믿고 맡기는 로펌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매출 증대를 위한 소송의 기획 발굴 등을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기획’이란 시사적 사건 발생 시 피해 회복을 위한 피해자 집단소송뿐 아니라 관련 사례까지 확인해 유사 사건 피해자들에게도 권리구제 기회를 제공하는 업무를 뜻한다. 동인은 사건기획위원회를 신설한 상태다.
황 대표는 “기획은 언론 보도는 물론 정기적으로 판례를 분석해서 피해 사례들을 찾아내야 한다”며 “당해 사건뿐 아니라 유사 사례의 ‘숨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 구제를 돕는 일이어서 공익 차원 성격이 크다”고 했다.
황 대표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 수석 부장판사로 근무한 2014년 관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구속 수감자가 검찰 청사에서 재판정으로 이동하는 법원 지하 통로에 벽화를 그려 피고인 참회를 이끌어내는 등 법원 내부에서 기획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아울러 동인은 법인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인이 수임해 성공한 사건들 가운데 국민적 이목을 끌 수 있는 케이스를 미리 선별, 판결 선고 당일 언론사에 개요 소개 및 승소 판결의 사회적 의미 등을 짚어볼 계획이다.
특히 동인은 법무법인들 사이에선 실시된 적 없는 ‘전문 대변인단’을 꾸린다. 황 대표 변호사는 “주 대변인은 법원 부장판사급 출신이 맡아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한 법리적 의견을 개진하고, 나아가 저희 로펌 사건이 아니더라도 시사점 있는 사건이 생기면 언론에서 전문가 의견을 요청할 경우 적극 대응해 신뢰도 높은 전문 인터뷰를 제공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사건 발굴기획‧홍보‧합병’ 발전방향 제시
동인은 10년 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던 상황에서 벗어나 법원 전관 변호사들이 대거 보강되면서 지금은 송무에서 최상위권 실적을 내고 있다. 주로 민사 항소사건을 처리한 황 대표 역시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수임해 항소심에서 뒤집은 사례들이 매우 많은 변호사로 유명하다.
승소율을 끌어올린 비결은 각 사건에서 최고의 전문적 식견을 가진 구성원들이 수시로 개별 팀을 구성‧협력하는 ‘승소 전략 협업 시스템’에 있다. 황 대표는 “전관들이 다수인 관계로 전통적으로 강한 송무 분야와 더불어 자문 부분을 강화하고자 전문 자문팀을 최대한 영입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동안 각 로펌들에서 자문팀 역할이 중요시돼 왔고 실제 매출 또한 자문 부문에서 많이 거뒀으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자문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종전 고정 고객들을 관리해오던 자문팀들은 송무팀이 강력한 로펌과 연합이나 합병을 결국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인이 자문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합병이 아니더라도 프로들 간 업무 결합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간 동인은 헌법재판관 출신의 서기석(연수원 11기) 변호사를 비롯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성보(11기) 변호사, 권익위 부위원장 출신 이건리(16기) 변호사, 법무부 차관 출신 정진호(9기) 변호사,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김진권(9기) 변호사, 해양경찰청장을 거친 이승재(14기) 변호사 등 장‧차관급 주요 인재 스카우트에 공을 들여왔다.
황 대표는 “검찰 고위직 전관들이 세운 동인은 구성원 간 인화를 중시하고 조직 이익을 향해서라면 개인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는 양보의 미덕이 법인 내 저변에 깔려있다”며 “목표를 정하면 다들 솔선수범 역할을 나눠 소기 성과를 얻도록 힘을 보태는 참여와 협조는 다른 로펌에 없는 독특한 장점이다”라고 자신했다.
△1961년 7월 강원도 속초 출생 △1985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2000년 대구지방법원 판사 △2001년 대구고등법원 판사 △2003년 대구지법 판사 △2004년 수원지법 여주지원 판사 △2005년 춘천지법 부장판사 △2006년 춘천지법 수석 부장판사 △2007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2009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12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2014년 서울서부지법 수석 부장판사 △2015년 법무법인(유) 동인 구성원 변호사 △2024년~ 법무법인(유) 동인 경영 총괄 대표 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