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본이 AI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하고있다는 의혹에 퍼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회장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소프트뱅크 정기주주총회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음 큰 움직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소프트뱅크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 스타트업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할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고토 요시미츠도 최근 “AI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투자 회사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AI 투자는 다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이날 미국에서 AI 기술에 쓰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월에는 블룸버그통신이 손 회장은 엔비디아와 경쟁할 반도체 제조사를 설립을 위해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자산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며 다음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현금 자산은 6조200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의 AI 투자 청사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9일 실적발표에서 “자체 AI를 개발하겠다”며 “AI 서비스와 차세대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AI 프로젝트에 약 88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 자회사 암(ARM)에서 AI 칩을 개발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범용인공지능(AGI)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도 대규모 지원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소프트뱅크가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정비하는 데 최대 37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AI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 라인야후가 AI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를 제외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정부의 소프트뱅크 슈퍼컴퓨팅 인프라 3700억 원 보조금 추가 지급 뉴스와 라인야후 사태를 보면 '슈퍼컴퓨팅+데이터+플랫폼'으로 일본 자체 소버린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어 글로벌 리딩 포지션을 차지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빅픽처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주총에서도 탈(脫)네이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라인야후로부터 (지분관계 재검토) 요청을 받아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의 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 (지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CEO는 “야후 이용자는 8500만명, 페이페이 이용자는 6400만명으로 일본 인구 대다수가 우리 그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야후, 페이페이 서비스의 협업이 주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인 야후는 최근 일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종료하고 페이페이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