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선진국 대비 관리체계 미흡…비급여 치료 세부 인정기준 마련해야" [멍든 실손보험上]

입력 2024-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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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가 줄줄이 새고 있다. 중심에는 국민 5명 중 4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있다. 비급여 치료를 보장해주며 공보험을 보완하는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줄 알았던 실손보험은 적자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골칫덩어리’가 됐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사기와 과잉진료로 보험료는 올라가고 보장범위는 줄어들어 보험사와 선량한 고객들의 부담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몇 차례 걸쳐 수술을 했지만 약발이 먹히질 않았다. 소비자와 보험권, 의료계가 긴밀히 엮여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보험료 누수 실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독일, 고난도 의료행위 땐 환자와 합의
일본은 급여와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해외에선 '비급여 공급' 철저히 관리

▲보험증서 (연합뉴스)

실손보험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의료법 개정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됐지만 시행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비급여 중심 실손보험 기반 마련을 위해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가격계약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관리해 실손보험의 과잉진료를 막는 제도 손질에 돌입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비급여 가격 관련 통계조차 없어 관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료개혁특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비급여 가격 보고 제도를 통해 실손보험의 보장체계 전반을 살펴볼 방침이다.

2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독일·호주·일본·대만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해 비급여에 대한 의료공급의 통제 제도나 관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보험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공적건강보험이 급여하지 않는 비급여에 대한 ‘민영건강보험 의료수가 체계’를 1965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의사는 의료행위 난이도 등을 감안해 가이드라인에서 정해진 가중치를 적용해 의료수가를 청구한다. 일반적으로 1~2.3배의 가중치만 설정할 수 있다. 2.3배 초과 시에는 의료진이 서명으로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고난도 의료행위나 선진 의료행위에 적용되는 3.5배 이상의 수가는 치료 전 환자와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호주의 민영건강보험은 공적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와 공공병원 및 민영병원에서 민영환자로 진료받는 서비스를 보장해준다. 일반적인 외래진료는 100%를 보장하고 전문의 외래진료 시 의료수가의 85%를 보장한다. 이 경우 보험사와 사전계약을 맺은 의사와 민영병원은 정해진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

환자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은 진료 전 환자에게 예상 의료비 정보를 제공하며 진료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호주의료협회에서는 매년 의료수가 가이드라인 발표하고 보험사와 계약하지 않은 전문의가 의료비를 청구할 시 이를 참고하도록 권장한다.

일본은 공적건강보험의 급여와 비급여가 병용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혼합진료 시 공적건강보험의 급여 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대만은 의료기관이 수술 시 비급여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비급여 의료기기의 예상진료비, 비급여 사유, 잠재 부작용, 유사 급여항목과의 비교 등을 설명해 환자에게 서명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가 비급여 진료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경우 조사 후 문제가 인정되면 환자에게 환불해주는 이의신청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견제가 미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넓은 편임에도 비급여에 대한 의료공급 통제 제도와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며 “영양주사 등 의료행위 여부가 불분명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치료 인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와 비급여 진료 전체에 대한 현황 파악이 가능하도록 통계 집적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실손보험 비급여 부문에서 한도를 낮추거나 자기 부담금을 올리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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