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백 본점선 호텔 메뉴ㆍ아세안 식음료 등 이색 팝업에 고객 발길 멈춰
백화점이 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유통기업 매출이 일제히 줄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온라인에 밀려 오프라인 매장도 점차 위축되는 모양새다. 백화점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백화점과 맞닿아 있는 특급호텔과의 경계를 무너뜨려 고급화된 호텔 DNA를 백화점 매장으로 끌어오는가 하면 식품관 중심의 '핫플레이스' 구축을 통해 새로운 부흥기를 꿈꾸고 있다.
21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이어지는 경계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House of Shinsegae)를 둘러본 이들은 하나같이 ‘호텔’을 떠올렸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분명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백화점 공간임에도 불구, 호텔 로비·식음(F&B)공간 분위기가 물씬 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트럴시티 중앙부 3개 층에 7273㎡(2200평) 규모로 들어선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백화점과 호텔의 장점을 결합한 공간이다. 백화점의 콘텐츠에 호텔의 서비스를 합쳤다. 하우스(집)라는 이름에 나타나듯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내부는 어두운 갈색 톤의 우드 스타일로 꾸몄고 주백색 조명으로 아늑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특히 지하 1층 하이엔드 푸드홀은 호텔 로비를 연상시켰다. 벽면 곳곳에는 예술 작품도 걸려있었다. 50대 이모씨는 “친구들과 모임 때문에 오게 됐는데 점심 먹고 커피 한 잔하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좋다”며 “백화점보단 호텔 로비 느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운영시간은 기존 백화점 폐점시간보다 2시간 늘어난 오후 10시까지다. 신세계백화점은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푸드홀로는 처음으로 레스토랑 주류 페어링을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을 찾는 VIP 고객이 낮에는 여유롭게 식사를, 밤에는 술을 곁들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곧 매출로 직결됐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운영한 결과 하이엔드 푸드홀 매출은 기존 식품관의 푸드코트 대비 150% 늘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저녁 6시 이후 매출 비중이 50%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강남점 11층 식당가의 매출 비중이 28%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시도는 '유통 양대산맥'인 롯데백화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같은 날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관 지하 식품관에서도 지하 1층에 '5성급' 롯데호텔 각 분야별 셰프들이 모였다. 평소 고급호텔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마주치기 쉽지 않은 이들이 백화점 식품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8일까지 ‘푸드 밸리 인 소공(FOOD VALLEY IN SOGONG)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 팝업은 일식, 중식, 양식 등 롯데호텔 레스토랑을 비롯해 호텔 인기메뉴를 포장 메뉴로 재구성해 판매하는 행사다.
현장에 나와있던 김철승 롯데호텔서울 팀장(셰프)은 "여름철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장어덮밥이나 후토마키와 같은 보양식에 집중했다"면서 "일반 식사류 뿐 아니라 베이커리(핑거푸드) 등 업장 별 고객 반응이 가장 좋았던 메뉴를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보인 후토마키와 멘보샤는 각각 2만3000원, 민물장어덮밥은 2만8000원에 판매됐다. 또한 사전예약을 통해 판매되는 세계 3대 진미 샴페인 핑거푸드는 15만 원에 책정됐다.
고객 응대에 나선 양정희 롯데호텔 매니저(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책임자)은 "2019년 이후 대략 4년여 만에 재개하는 행사"라며 "일식당 후토마키가 유명한데 이번 메뉴 개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보니 업장과의 가격 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좋은 품질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롯데백화점 본점 F&B 실적은 1~5월 기준 전년 대비 10% 가량 신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대적인 리뉴얼이 아니더라도 참신한 매장 구성과 새로운 팝업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를 민감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백화점 식품관"이라며 "단순히 먹는 곳을 뛰어넘어 백화점 내 고객 체류시간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식품관 차별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