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사업 진출하는 CDMO…ADC 툴박스 시대 온다

입력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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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기업 인수‧투자 등, ADC CDMO 사업 확대
링커‧페이로드기술 내재화하는 ADC 툴박스 개발
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말 ADC 툴박스 출시 예정
업계 “ADC 기술 장벽 낮아져 접근성 높아질 것”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미래 항암제로 주목받으며 이를 생산하는 ADC 위탁개발생산(CDMO)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에는 CDMO기업이 ADC기업과 협력으로 툴박스를 활용한 ADC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CDMO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외부에서 도입해 ADC 툴박스를 개발하는 등 ‘ADC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툴박스는 공구함이라는 뜻으로 소프트웨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모아 두는 곳을 뜻한다. 툴박스를 사용하면 자주 쓰는 기능을 자유롭게 선택해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분야에서 툴박스가 ADC 생산에 적용된다. 고객사가 CDMO기업의 ADC 툴박스를 사용하면 툴박스에 내재된 페이로드(약물), 링커 중 원하는 기술을 선택해 ADC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CDMO기업은 고객사 의뢰를 받아 ADC 치료제를 생산한다. 글로벌 CDMO기업인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도 ADC 툴박스를 운영 중이다. 론자는 국내 링커 기업 앱티스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사 툴박스에 앱티스 링커 플랫폼 앱클릭을 탑재했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툴박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달 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 간담회에서 올해 말 ADC 툴박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툴박스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의 기술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투자한 6개 바이오텍 중 3곳이 ADC 관련 기업이다.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테크(링커기술), 한국 에임드바이오(항체‧ADC), 미국 브릭바이오(인공 아미노산 기반 링커기술) 등이다. 에임드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링커-톡신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는 ADC 툴박스로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2월 ADC 전용 생산시설 완공과 가동을 앞두고 있어 ADC CDMO에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해당 ADC 공장은 500L(리터) 링커 접합 반응기와 정제 1개 라인이 구축되며, 생산시설 완공과 함께 ADC 툴박스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항체 신약 개발사가 ADC로 확장을 원하거나 고객사의 ADC 개선을 원하는 경우 ADC 툴박스를 제공해 ADC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ADC기술 플랫폼을 공동개발 중이며, 다른 기업과도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글로벌 기업 BMS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공장에서 2025년부터 ADC를 생산할 예정으로,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CDMO기업의 ADC CDMO 사업은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내 ADC기업 A사 대표는 “ADC가 신약개발 기업 영역이었지만 CDMO기업의 비즈니스로 변하고 있다”며 “CDMO기업이 ADC기업의 기술을 사오거나 공동연구하는 방법으로 ADC 툴박스에 내재화하면 ADC를 개발하지 않는 기업도 툴박스를 통해 ADC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ADC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는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ADC B사 대표도 “항체 회사는 많지만 링커, 페이로드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ADC 개발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러나 툴박스로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 링커, 페이로드기술 협업을 위해 특정 회사와 사업개발(BD)로 진행했지만, 툴박스를 이용하면 ADC를 개발하려는 회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존 ADC기업도 선택지가 많아져 링커, 페이로드기술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는 ADC 툴박스 성공 요소로 다양성을 꼽았다. 기존에 쓰였던 링커, 페이로드가 임상에서 퍼포먼스가 미진하고 특허도 만료돼 새로운 링커, 페이로드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링커, 페이로드를 ADC 툴박스에 내재화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CDMO기업이 ADC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 공동 개발하는 이유다.

ADC 툴박스에 대한 전망도 밝다. 현재 ADC 툴박스를 구성한 기업은 소수지만 향후 고객사 확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후발주자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A사 대표는 “ADC 툴박스는 메뉴판이다. 식당을 방문한 손님(고객사)이 메뉴판(ADC 툴박스)에 있는 메뉴 중(링커, 페이로드 등)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식당이 잘 되기 위해서는 메뉴가 다양하고 맛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ADC 툴박스가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향후 ADC 툴박스가 대세가 되면 누가 더 많은 메뉴를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럼 그 식당으로 손님이 몰릴 수밖에 없다. CDMO기업이 ADC기업과 공동연구 또는 협약을 맺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다만 CDMO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면 ADC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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