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 관광객 소비, 엔저에 10년새 5배↑…車 이은 ‘효자 산업’ 됐다

입력 2024-06-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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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방일객 지출 연환산 7.2조 엔
2위 수출품목 ‘반도체 등 전자부품’ 5.5조엔 웃돌아
엔저, 관광업엔 날개 vs 제조업엔 효과 미미
엔저 가속 전망…“엔·달러 환율 170엔까지 치솟는다”

▲사진은 일본 도쿄 아사쿠사 지역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이 자동차에 이어 제2의 수출 ‘효자 산업’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5일 보도했다.

올해 1분기 방일객 지출 연 환산액은 7조2000억 엔(약 32조 원)으로 10년 만에 5배 늘었다.

지난해 17조3000억 엔이던 최대 수출 품목 자동차의 절반이 안 되지만 2위 반도체 등 전자 부품(5조5000억 엔)이나 3위 철강(4조5000억 엔)을 넘어선다.

방일 관광객의 성장세도 주요 수출 품목을 웃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해인 2019년과 비교해 보면 작년 자동차와 출강의 수출액 증가율은 45% 전후,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은 약 40%다. 이와 견줘 방일객의 올 1분기 지출액은 2019년 동기와 비교해 60% 확대되며 더 큰 폭으로 늘었다.

닛케이는 “일본이 해외에 판매하는 품목이 물건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방일객이 일본 경제를 지지하는 기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선 일본을 찾은 방문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3월에 처음으로 월간 3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5월 현재까지 3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1~5월까지 방문객 수는 이미 2019년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관광객의 씀씀이와 체류 기간이 길어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관광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국 관광객의 지출은 2019년 동기 대비 38.8% 확대됐다. 작년 1인당 지출도 2019년과 견줘 31%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숙박일수도 6.2박에서 6.9박으로 길어졌다.

특히 엔저 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2% 하락했다. 4월 29일에는 엔·달러 환율이 160.25엔으로 34년 만의 최고치(엔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가까스로 환율이 160엔대로 오르는 것을 막았다.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 등 현지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엔·달러 환율이 1986년 기록한 170엔까지 예상보다 빨리 치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이 일본 여행 시 그만큼 할인된 것으로 느껴 지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최근 역대급 엔저가 제조업 수출에는 과거와 같은 촉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즈호리서치의 사카이 사이스케 연구원은 “2010년대 들어 기업들이 국내 제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반도체 등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엔저에도 상품 수출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관광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쿄, 오사카 등 일부 도시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인프라 강화를 통해 오버투어리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해외 관광객 지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해외 관광객의 소비 경제는 코로나19 등 국제 정세 영향에 취약하다”면서 “방일객의 증가가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동안 경제를 장기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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