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는 약 3000억 투자해 독일 CDMO 기업 인수 ‘반대 행보’
SK팜테코와 사업 영역 중복 가능성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몸집 줄이기에 나선 SK그룹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SK그룹은 질적 성장을 위해 그룹 리밸런싱(사업 재조정)에 돌입한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독일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했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제약‧바이오기업 클로케그룹과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회사 IDT 바이오로지카를 약 339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독일과 미국에서 운영는 기업으로 미국, 유럽뿐 아니라 10개 이상의 의약품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분석법 개발과 함께 임상부터 상업 단계까지 백신‧바이오 전 영역의 원액 및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2배 수준의 매출 신장 △선진국 기준의 품질을 충족하는 생산 역량과 고객 네트워크 확보 △글로벌을 잇는 통합 인프라 구축 △포트폴리오 확장 △신규 바이오 영역 진출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
이는 고강도 비용 절감에 돌입한 SK그룹 기조와는 결이 다르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가 하면, 해외기업에 투자한 지분도 처분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통한 재원 확충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SK는 지난해 국내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기준 계열사는 219개에 달하지만, SK그룹은 실적이 부진하고 비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달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줄여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재 SK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는 5개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주)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SK바이오팜(신약개발)과 SK팜테코(CDMO), 최 의장의 SK디스커버리가 최대주주인 SK케미칼(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SK플라즈마(혈액제제) 등으로 이원화돼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도 리밸런싱 움직임이 있다. SK가 소유한 SK팜테코는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버지니아 공장 매각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매각 여부를 포함해 확정된 것은 없고, 사업 운영 일환으로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SK디스커버리 산하 SK바이오사이언스는 3000억 원을 투자해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고강도 리밸런싱 중이지만 무조건 감축하는 건 아니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집행할 수 있다. 줄일 건 줄이고 쓸 때는 쓰는 것이지 무조건 줄이는 건 아니다. 지난 주말 진행한 경영전략회의 토대로 향후 리밸런싱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지난달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계약은 그룹의 리밸런싱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이다. 리밸런싱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인데 기회 왔을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이번 인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놓치면 안 되는 기회였기 때문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오도 그룹의 리밸런싱 분야에 포함된 상황임에도 제약‧바이오 계열사 간의 엇갈리는 행보에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한 IDT 바이오로지카의 사업 영역과 SK팜테코 사업 영역이 겹쳐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팜테코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간담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다. 또 자체 백신 설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SK팜테코와는 경쟁보다는 시너지다. 사업 영역을 중복으로도 볼 수 있지만, 긴밀히 협력하고 다양한 옵션을 도출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