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핵심 관광계열사이자 삼성가(家)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라호텔의 시그니처 메뉴인 '애플망고빙수(애망빙)' 가격은 매년 인상을 거듭하는 반면, 호텔신라 주가는 "2주를 팔아도 애망빙 하나를 사먹기 빠듯하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올 만큼 상승 반전을 노릴 모멘텀이 미약하다. 증권가에서는 부진한 업황과 실적에 따른 주가 하락은 이미 반영된 상태로,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시행되지 않으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 주가는 전일보다 2.04%(1100원) 하락한 5만27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 28일 고점인 장중 9만4000원과 비교하면 약 44% 가까이 하락해 반 토막이 난 수준이다. 오는 여름 성수기 효과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해 7월 13일부터 7월 26일까지 10영업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유통업계에서 '신라호텔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기대감이 부푸는 것과 상반된다. 신라호텔은 2008년 국내 로컬(local) 식재료 발굴을 위해 호텔업계 최초로 애플망고빙수를 팔기 시작했다. 제주신라호텔에서 판매를 시작한 애플망고빙수는 국내 호텔 업계의 망고빙수 트렌드를 주도했고, 현재 대부분 국내 5성급 특급호텔에서는 여름철 '애플 망고 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은 매년 고공행진 중이다. 2017년까지는 4만 원대에 머물렀지만, 2019년 5만4000원, 2021년 6만4000원을 올랐고, 올해 가격은 10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판매가(9만8000원)보다 4000원 오른 수준으로, 이날 호텔신라 종가의 약 두 배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 일평균 애플망고빙수 판매량은 100여 개로 알려졌다.
최근 호텔신라 주가 부진의 원인은 2분기 실적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호텔신라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9.7% 감소한 338억 원으로 예상된다. 직전 1분기에 이어 실적 반등이 요원한 것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 183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해왔다.
호텔·레저 사업의 견조세에도 호텔신라 실적이 타격을 입은 것은 면세점 기저효과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높은 외형성장에 비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큰 폭 감소했다. 면세점의 일회성 이익, 특허수수료 등 수익성이 악화했다. 다만 지난해 3~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면세점 부문은 올해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실적 모멘텀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웃바운드의 견조한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인바운드의 점진적인 증가로 면세점 외형성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할 것"이라며 "다만, 과거와 달리 외국인들의 소비행태 변화와 중국인 인바운드의 더딘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연간 실적과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했다. 흥국증권은 연간 매출액 4조4000억 원, 영업이익 1274억 원을 예상하며 "상저하고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지만, 업황 모멘텀 약화를 감안해 사업가치 산정 시 멀티플을 기존 13.2배에서 12.3배로 낮춘다. 현재의 낮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의 제고 노력과 자사주 이익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는 8만 원에서 7만3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호텔신라는 2018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한 해에도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왔지만, 액수는 적은 편이다. 배당금은 2018년 250원, 2019년 350원에서 2020년 200원으로 줄어든 뒤 줄곧 200원을 유지해오고 있다. 배당수익률은 평균 0.2% 수준으로 0.5%도 채 되지 않는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은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로, 현재 주가로 주식을 매수할 경우 배당만으로 몇 %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지를 뜻한다.
한편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국내 여성 주식배당부호 10인 가운데 지난 10년간 배당액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 사장의 배당금은 2014년 15억1000만 원에서 올해 1460억 원으로 9571% 증가했다. 다만 이 사장의 배당금이 늘어난 이유는 상속으로 보유 주식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SDS(지분율 3.9%)뿐이었지만, 현재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