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광물 분야부터 탈탄소 위한 전방위 협력 모색
한국과 호주 경제계가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분야 협력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호주 경제단체인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AKBC) 대표단과 공급망 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호주 대표단은 마틴 퍼거슨 AKBC 위원장과 호주 광산업체 ASM의 로웨나 스미스 최고경영자(CEO), 미리암 스탠버러 필바라미네랄스 이사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측에서는 한경협과 LG에너지솔루션, LX인터내셔널, 한국광해공업공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주요 기업이 참석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과 호주는 동일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전 세계가 직면한 공급망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며 “우호국끼리 서로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전 세계는 ‘탈탄소’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고, 호주와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다”며 “에너지 안보, 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호주의 기술력과 한국의 역량을 결합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면서 한국과 호주의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호주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통상 분쟁을 겪으며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한국도 중국에 치우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국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는 “최근 호주 정부가 호주 내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만큼 한국 기업에도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공급망과 함께 국제 정치적 환경에서도 양국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전동욱 LG에너지솔루션 해외대외협력·ESG 담당 상무는 “2030년 말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조달부터 배터리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며 “이 여정에서 호주가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상무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호주는 주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고, 2025년까지 더 많은 ESS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ESS 생산능력을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충북 오창에 희토류 생산 공장을 건설한 ASM, 포스코와 합작해 리튬 사업을 진행하는 필바라미네랄스의 기업 소개도 이어졌다.
한·호주 기업인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로웨나 스미스 ASM CEO는 “희토류의 경우 단일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자원 개발이 자본 집약적 산업인 만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정부가 지원책을 줘야 한다”며 “정책을 일치시키고 국가 간 파트너십을 강화해 기업들이 따라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9월에는 제45차 한·호주 경협위가 호주 퍼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핵심광물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방산, 항공우주, 식품·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경협 관계자는 “최근 한국과 호주 관계는 전통적인 광물·자원 조달을 넘어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한·호주 경협위는 이러한 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