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ㆍ직장동료 등 5명까지 무료 상담
#급히 병원비가 필요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C씨는 고정 수입이 없어 다중채무자가 됐고, 연체가 발생했다. 불법사금융업자는 C씨의 지인 D씨와 E씨에게 전화를 해 연체 사실을 알리고 대신 갚을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일부 금액은 지인 D씨로부터 받기도 했다.
내일(5일)부터 채무자의 가족이나 직장동료 등 ‘불법추심’ 피해를 본 주변 사람들도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무당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가족, 지인 등 불법추심 피해를 당한 관계인으로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불법추심에는 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거나 협박·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추심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2020년부터 불법 채권추심 피해를 보거나 법정 최고금리 연 20%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전화 대응 등 채권자의 추심과정을 일체 대리하고, 최고금리 초과 대출과 불법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청구·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대리한다.
현행 제도는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을 채무당사자로 한정하고 있어 당사자의 채무로 인해 불법 추심 피해를 본 가족, 지인 등 관계인을 직접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그간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추심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예컨대 불법대부계약 체결 조건으로 지인·가족 연락처 제공, 지인 추심 동의 등의 내용을 담은 부당차용증을 작성하게끔 한 이후, 불법사금융업자가 채무자의 주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협박하는 악질적인 불법추심이 지속되고 있어 관계인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위가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고, 불법 추심 유형으로는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지인 추심)’가 7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융위는 불법추심 피해를 본 채무자의 관계인도 무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채무자대리인 서비스를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채무당사자 1명 기준 최대 5명의 관계인을 지원한다. 관계인에는 △채무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자 △채무자의 친족 △채무자가 근무하는 장소에 함께 근무하는 자 등이 포함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관계인에게 법률상담 등을 실시해 채무자의 채무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등의 채권자 불법추심 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소송 등이 필요한 경우, 법률구조 신청 절차를 안내한다.
금융당국은 대리인 선임 사실을 채권추심자에게 알리는 서면 통지서에 ‘관계인에 대한 연락금지’ 문구를 추가로 기재할 예정이다. 채권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불법추심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관계인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불법금융 신고센터 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신청’에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단, 채무당사자가 채무자대리인을 먼저 신청한 이후에 관계인 신청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신청이 어려운 경우,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의 전화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만약 피해를 입은 채무자 또는 관계인이 직접 신청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대리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다. 당사자가 만 14세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