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담대(5년 주기형) 연 2%대로 연일 하락세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꾸준히 하락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또 다시 낮아졌다. 연 2%대까지 떨어지며 3년여 만에 최저치를 썼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조정에 나섰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5년 주기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한 영향이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억제를 유도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87~5.70%다. 일주일 전인 2일 연 2.94~5.76%대비 상하단이 각각 0.07~0.06%포인트(p)하락했다.
금리 하단이 가장 낮은 상품은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로 연 2.87~4.88%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이달에 연 2.8%대까지 진입했다. 지난달 2021년 3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연 2% 대(2.94%)를 찍은 이후 꾸준히 내려가는 추세다.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04~4.44%, 우리은행의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이 최저 연 3.07%를 기록 중이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은 연 3.284~3.684%, 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 5년주기형’은 연 3.30~5.70%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연일 경고하면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되레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낮아졌다. 고정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이달 초 3.5%에서 3.3%까지 수직 하락했다. 전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3.392%로 집계됐다. 지난 5일 연 3.396%를 기록하면서 2022년 5월 12일(연 3.366%) 후 최저치로 떨어진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금리를 산정하는 은행채 금리 인하 폭이 각 은행들이 조정하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폭 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 배경이다. 앞서 3일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과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15일부터는 은행권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었다. 이에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갈아타기 상품 중 주기형(5년 변동) 금리를 0.1%p 인상했다. 아담대 주기형 금리 하단은 지난 8일 3.41%에서 이날 3.50%로 올랐다. 기초금리 변동분과 가산금리 인상분이 함께 반영됐다. 전세대출 역시 상품에 따라 최대 0.15%p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3일부터 가계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0.13%p 올렸고 하나은행이 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p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12일부터 5년 주기형 주담대와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를 0.1%p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상황을 지켜본 뒤 가산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