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일본 도쿄서 인터뷰
관동대지진 조선인 추모비, 윤봉길 의사 암장지 등 방문해 헌화
"국가 위해 몸ㆍ마음 바친 헌신 기억해야 …외조부의 뜻 이을 것"
1940년대 한 한국인 청년이 연고도 없는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인이라면 어디에서나 핍박받던 서슬 퍼런 일제 강점기 시대였다. 수차례의 실패에도 청년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70여 년, 청년이 세운 기업은 한ㆍ일 양국에 뿌리내리며 재계 순위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롯데그룹을 창립한 신격호 명예회장 이야기다.
그의 외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광복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2024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해외 역사탐방' 일정에 동참했다. 독립운동가를 조상으로 둔 2030 청년들과 함께 일본 도쿄와 가자나와, 오사카 등 일본 곳곳을 방문하며 이들의 발자취와 정신을 되새기겠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현장 탐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독립운동가들이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희생정신과 헌신을 기억하고자 이번 여정을 마련했다"며 "후손들과 함께 일본 각지에서 독립운동 발자취를 살펴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저에게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손들과 여행하는 것이 처음인 데다 제 체력이 따라줄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했다.
장 이사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창업주의 정신, 이른바 '할아버지의 뜻'을 강조해 왔다. 이번 역사탐방도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독립을 위해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당시 한국인 사업가들도 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부강하게 하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는 모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투쟁한 한국 독립운동가들뿐 아니라 이들의 발자취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지 교포와 일본인들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표했다. 그는 가나자와에서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비를 보존ㆍ관리하는 박현택 윤봉길 의사 암장지 보존회 회장을 만난 뒤 "현지 교포들이 독립운동가 유적지를 잊히지 않도록 잘 유지를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돼 굉장히 뜻깊다"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취임 7개월여를 맞은 장 이사장의 관심은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 대상 장학금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순직 경찰관 대상 의인상 제정,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여전히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쪽방촌과 장애아동 지원사업 등이 그것이다. 장 이사장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재정은 한정돼 있어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헌활동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저희 목표이고 그것이 재단을 설립한 외조부의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