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대 ‘친한’ 구도 분출
李 ‘종부세 완화론’에 친문 반발
당내 경선=몰락의 예고편?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당내 유력 당대표 후보이자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내부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15일 나경원·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한 후보의 댓글 팀, 사천(私薦),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도 등을 두고 공세를 이어갔다. 두 후보는 한 후보 측의 여론조사 공표 논란에 대해 “명백한 당규 위반”이라며 비판했다. 한 후보 캠프가 자체 여론조사에서 과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발끈한 것이다. 원 후보는 급기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한 후보 제재를 요청했다.
이미 당내에선 ‘친윤’(친윤석열) 대 ‘친한’(친한동훈) 구도가 분출했다.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해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친윤계 이철규 의원을 공개 저격했고,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은 9일 “총선 당시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이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만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 후보가 당선되면 당내 의원들은 한 후보 측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가 ‘종합부동산세 완화론’을 띄웠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당권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부세 등 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지켜온 나름의 원칙이 있다”며 “중도층 외연 확장 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후보도 14일 페이스북에서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앤다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며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10일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 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종부세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대해서도 유예를 시사하면서 그간 민주당이 추구했던 노선과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숨어 있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등 야권의 전통적 주류 세력이 반발하며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는 ‘김대중·노무현의 적통’을 자처하는 후보로, 출마 단계에서부터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해왔다. 조국혁신당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 주류인 정당이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날 “다양한 입장들을 조정해 가는 게 정치”라며 “국민들 뜻을 존중해 합리적 결론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친문 세력 규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뭐든지 강해지면 또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라며 김 후보가 30% 가까운 득표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대권 가도로 올라선 뒤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2007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태민 일가 비선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도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당시 후보가 제기한 의혹이었다.
야권에서는 한 후보의 ‘댓글팀’ 의혹에 특별검사 도입을 시사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법적인 여론조성팀 운영은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반민주적, 반헌법적 범죄”라며 “수사당국은 넋 놓고 구경할 때가 아니다.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