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기업 버텍스와 계약…누적 1500억 현금 확보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 전처치제로 개발
오름테라퓨틱이 8개월 만에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은 최대 1조 원 규모라는 점, 유전자가위 치료제 기업 버텍스 파마슈티컬(버텍스)과 계약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누적 1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버텍스와 분해약물항체접합체(DAC) 개발 위한 이중 정밀 표적단백질 분해(TPD²) 플랫폼 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선급금 1500만 달러(약 207억 원)를 비롯해 최대 3개 타깃에 대한 옵션 및 마일스톤 포함 총 9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다. 타깃 당 최대 수령액은 3억1000만 달러(약 4200억 원)다.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의 TPD²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새로운 전처치제 개발을 위한 연구 권한을 받는다. 각 타깃에 대한 연구가 종료되면 TPD² 기술을 사용해 개발한 DAC에 대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한다. 모든 연구와 개발, 상업화는 버텍스가 담당한다.
이번 계약이 관심을 끄는 건 유전자가위 치료제 기업 버텍스가 왜 항암제 기업 오름테라퓨틱과 계약했냐는 점이다. 언뜻 보면 의아할 수 있지만, 양사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계약을 맺었다.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의 TPD²를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전처치제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전처치는 본 치료가 원활히 하기 위해 수행하는 간단한 치료로 전처치제는 이때 사용하는 약을 말한다. 버텍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카스게비를 처방받으려면 치료에 앞서 골수에 있는 악성 세포를 제거해 골수 환경을 깨끗이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부설판을 전처치제로 투여하지만, 독성이 강하고 불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버텍스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악성 세포만 정확히 타깃하는 전처치제를 개발하고자 오름테라퓨틱의 기술을 도입했다.
오름테라퓨틱은 단백질 분해를 돕는 E3 유비퀴틴 라이게이스 경로를 통해 목표 세포 내 표적단백질을 분해하는 새로운 TPD 페이로드를 개발했다. 항체에 결합 된 페이로드는 목표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돼 세포 내 침투해 표적단백질을 분해하고 종양 세포를 사멸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DAC는 항체에 TPD를 접합해 암세포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어 유전자가위 치료제의 안전한 전처치제 개발에 유용하리라 판단했고, 이러한 노력으로 버텍스와 연결됐다. 다른 유전자가위 치료제 기업과 협업도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거래는 항암제 이외에도 다른 적응증 타깃의 가능성을 확장한 셈”이라며 “오름은 항암제에 집중하고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비항암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플랫폼 이전임에도 선급금이 2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플랫폼을 멀티 타깃으로 계약할 때 공동연구인 경우가 많지만, 이번 계약은 선급금이 20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라며 “3개 타깃에 대한 계약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잠재력이 있을 거란 버텍스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11월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에 ORM-6151 프로그램을 계약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 포함 총 1억80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름테라퓨틱은 기술수출 2건으로 현금 1500억 원을 확보하며 향후 연구개발에 탄력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