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따라 4단계 분류…의료기기는 ‘고위험’ 해당
고위험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루닛‧뷰노 등 예의 주시
업계 “구체적인 법 나오지 않아 모니터링하며 대응 마련”
유럽연합의 인공지능(AI) 규제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의료AI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유럽 진출이 활발한 국내 의료AI 업계는 해당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의료기기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됨에 따라 향후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8월 2일부터 시행한다. AI 관련 제품이 유럽 시장에서 출시되는 경우 통일된 법적 틀을 적용하기 위해 제정됐다.
법안은 AI 기술을 위험도에 따라 △허용 불가능 △고위험 △제한적 위험 △최소한의 위험 등 4단계로 차등 규제한다. 법 위반 시 연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벌금 상한은 3500만 유로(약 500억 원)다.
글로벌 시장컨설팅 기업 아이큐비아는 의료 분야 중 AI가 사용되는 많은 서비스와 제품이 이 법에 따라 고위험으로 분류돼 여러 요구 사항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AI 기술 위험도 4단계 중 ‘고위험’으로 분류된 의료기기에 대한 법 적용 시기는 2026년 8월 2일이다.
이에 따라 고위험 AI 기업은 제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에 오류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 사용 지침을 명확히 제공하고 품질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유럽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국내 의료AI 기업도 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의료AI 분야에서 유럽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양대 시장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도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루닛은 지난해 2월 유럽 시장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자회사 ‘루닛 유럽 홀딩스’를 설립하고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국에 AI 영상분석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뷰노는 엑스레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 기업 세데칼과 손을 잡고 엑스레이 솔루션의 유럽 수출길을 확보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등의 의료기관과 흉부질환 동시진단, 만성폐쇄성폐질환 자동 분석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정부도 힘을 보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유럽 AI 의료기기 표준개발을 주도하는 ‘TUV 라인란드’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AI 의료기기 분야 유럽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AI 의료기기 분야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계는 규제법 중 의료AI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모니터링을 하면 관련 법이 상세히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2026년 2월 EC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시판된 제품은 2026년 8월 이후로 법 적용 유예가 되는 방향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전략을 수립하겠지만, 터무니 없는 규제 방식은 아니어서 소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큰 틀에서 방향성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법이 본격 시행될 때까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전략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