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위 열려도 법안 심의까지 시간 걸려
여야 입장차...野 “신재생법도 함께 논의해야”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원전 산업을 뒷받침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하 고준위특별법) 심의·통과는 여전히 첩첩산중에 갇혔다. 정부와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유럽에 ‘K-원전’의 위상을 알린 기회에 고준위 방폐장 건설 등의 후속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9일과 30일로 계획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산자위 여당 간사 측은 “25일 본회의를 열어도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상임위 회의는 당초 계획대로 못 할 것 같다”며 “8월 임시회 일정이 잡히면 다시 상임위 일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준위특별법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설과 중간 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의미하는 고준위 폐기물은 현재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저장조에 보관돼 있지만, 2030년부터는 이 같은 저장 방식도 포화에 이르게 돼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5일 본회의가 열린다”며 “방송4법,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의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을 저지하기 위해 7박 8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회 산자위에 접수된 고준위특별법 4건(김석기‧김성원‧이인선‧정동만)의 심사는 주요 쟁점 법안에 밀려 상임위 심사가 지연 것으로 보인다. 8월 임시국회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 재표결을 앞두고 있어 일정을 잡는 단계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산자위는 소관 기관의 업무보고를 마치지 못한데다 소위 구성도 완료하지 못해 타 상임위보다 법안 심사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50일이 넘었지만, 산자위는 딱 한 번(7월 9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간혹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원내 비공개회의에서 고준위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나온 얘기는 없다”고 했다. 21대 국회 막판에 고준위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제안으로 여야 간 합의의 물꼬가 터졌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여야는 ‘저장시설 용량’ 등 세부 쟁점을 극적으로 해소하고 통과에 합의했지만,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등 여야 갈등 속에 최종 처리는 불발됐다.
상임위가 열린다 한들 여야의 입장 차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해당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민주당은 고준위특별법과 함께 해상풍력특별법, 신재생에너지 관련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해상풍력특별법은 풍력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발전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법은 최근 김성환 의원이 ‘재생에너지 3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재생에너지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린수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산자위 소속 김성원 의원은 “국내 원전 생태계를 빨리 복원시키는 것이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고준위방폐물법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에 큰 재앙으로 올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쟁점이 모두 해소된 부분이니 빨리 해결해 8월 국회 내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산자위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원전 수주와 고준위특별법은 직접적인 연결이 안 될 것”이라며 “고준위특별법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원전 찌꺼기를 처리하는 문제이고, 원전 수주는 수출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에 대해 합의한 부분이 있어 이를 처리하려 할 텐데, 당시 재생에너지 관련 법을 놓친 게 많다. 재생에너지 관련법도 묶어서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