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발전ㆍ짧은 홀드백…'경험재' 공연문화 위상↑
올 상반기 국내 공연시장 매출액이 영화시장보다 185억 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의 영화 역전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본지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매출액은 6288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상반기 영화시장 매출액은 6103억 원이었다. 공연시장 매출액이 영화시장보다 185억 원 많다.
지난해 공연시장 전체 매출액은 1조2696억 원으로, 영화시장 매출액(1조2614억 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는데 그 격차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두 시장의 격차 80억 원은 2019년 공연법 개정 후 KOPIS 동향분석보고서가 발간된 이래 처음이었다.
특히 올 상반기 극장에선 ‘파묘’와 ‘범죄도시 4’가 각각 1151억 원, 1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영화 매출의 37%를 차지했다. 두 영화의 흥행이 없었다면, 상반기 영화시장 매출액은 공연시장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을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뚜렷하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며 "영화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0만~500만 명 수준의 중박영화가 탄생하지 않는다면, 영화계는 점점 더 침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문화 소비의 패러다임이 영화에서 공연으로 이전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하고 있다.
우선 OTT의 보편화와 짧아진 홀드백 문제가 거론된다. 코로나19 기간 OTT 산업이 발전하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가 극장을 대체하고 있다. 영화 한 편의 티켓값이 OTT 월 구독료와 맞먹고, 조금만 기다리면 영화가 OTT로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극장으로의 발걸음을 끊었다.
실제로 탕웨이, 정유미, 최우식, 박보검, 수지 등이 출연하고,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은 상반기 최대 화제작 '원더랜드'는 내달 15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극장에서 개봉한 지 2달 만에 OTT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홀드백(hold back, 극장 개봉 영화가 IPTVㆍOTT로 유통되는 데 걸리는 기간)과 같은 법적 규제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 내부의 견해차로 그간 지속하던 홀드백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반면에 공연은 OTT와 같은 대체재가 없다. 콘서트,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 현장성과 실재성을 주요 재미 포인트로 갖는 공연을 대체할 만한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 비해 공연은 경험하기 전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경험재(經驗財)로서의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뮤지컬, 콘서트는 연말이 성수기다. 영화는 '텐트폴'이라고 해서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상업영화들이 주로 여름에 개봉한다. 요즘은 추석 특수도 많이 사라졌다"라며 "상반기에 공연시장 매출이 영화를 앞섰다면 이 같은 격차는 연말이 될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