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해 실적부진에서 벗어나 올해와 내년에 걸쳐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30일 밝혔다. 영업실적 회복 전망을 반영해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은 'AA-, 안정적', 단기 등급 'A-1+'를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약 1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000억 원 대비 큰 폭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업황이 급반등하며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DRAM과 NAND 메모리의 평균판매가격(ASP)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3)에 집중하면서 DDR5 등 기존 DRAM 제품군에서 공급부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지헌 S&P 연구원은 "DRAM에 대한 소비자 수요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은 전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에 긍정적이며 향후 2년 동안 삼성전자 전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출시와 서비스 수익화 확대를 통해 양호한 스마트폰 매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향후 2년 동안 안정적 잉여영업현금 흐름(FOCF)을 창출하고 대규모 순현금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재량적 현금흐름(DCF)은 올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간 자본지출 규모는 60조 원을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실적개선에 따른 견조한 영업 현금흐름은 설비투자 및 주주환원에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현금보유고는 2022년 메모리 반도체 영업손실로 인해 큰 폭 감소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기본 시나리오를 통해 삼성전자의 현금보유고가 향후 2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단시일 내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정도의 턴어라운드 성장세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디스플레이 수익성은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 확대와 OLE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 경쟁 열위도 향후 사업지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수요 급증에도 SK하이닉스 대비 큰 수혜를 받지 못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수익성 부족을 근거로 과거에 HBM 연구개발을 축소하는 등 전략적인 실수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HBM 내 입지가 뒤처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HBM을 제외한 나머지 메모리 제품들도 견고한 회복세를 보였기에, 이미 선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이를 실적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인 HBM 경쟁력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며 이는 동사의 DRAM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