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시장 ‘양강구도’ 없다…GSK 주춤, MSD 독주 지속

입력 2024-08-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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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중단’ 손 털고 나간 GSK…MSD, NIP 시장 확대 집중

▲GSK의 서바릭스(왼쪽)와 MSD의 가다실 9가 백신. (사진제공=각사)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시장에서 MSD가 GSK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가백신(두 종류 이상 병원체를 섞은 혼합백신)은 물론, 차세대 백신 개발에서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HPV는 성관계로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여성에게서 호발하는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남성에서도 구인두암과 항문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GSK는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차세대 HPV 백신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2상 단계에 진입했지만, 시장성과 연구·개발(R&D)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이프라인 폐기를 결정했다.

GSK는 대상포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수막구균 등 기존에 두각을 보였던 분야에서 백신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HPV 백신을 제외한 여타 백신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GSK의 RSV 백신 ‘아렉스비’는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접종 대상을 기존 60세 이상에서 50~59세 성인으로 확대 승인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수막구균 혈청군B 백신 ‘벡세로’는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이후 2년 만에 지난달 국내 출시에 성공했다.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역시 치매 발생을 기존 생백신 대비 17%가량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을 더했다.

HPV 백신 시장은 MSD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외 시장에는 MSD의 ‘가다실’ 4가 및 9가, GSK의 ‘서바릭스’가 접종되고 있다. 서바릭스는 16형과 18형 HPV에 효과가 있는 2가 백신으로, 예방 범위가 넓은 가다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약한 위치에 있다.

현재 MSD는 더욱 넓은 예방 범위를 보장하는 후속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가다실 4가는 이미 특허가 만료됐으며, 가다실 9가 역시 2028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도 HPV 백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신제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시장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MSD는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NIP)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NIP로 서바릭스와 가다실 4가 백신만 지원된다. 국내 NIP 지원 대상은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한정된다.

가다실 9가는 접종을 원하는 사람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가다실 9가 백신의 비급여 접종 비용은 1회당 22만 원 내외로, 3회 접종 완료를 기준으로 66만 원에 달한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방안’ 보고서에서 12세 남아 24만 명을 NIP 대상에 포함할 때 투입비용을 450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는 HPV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백신 종류와 지원 대상 등에 대한 명확한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국내 백신 업계 한 관계자는 “HPV 백신 시장은 가다실 4가 백신의 특허가 2014년 만료된 이후에도 10년째 경쟁 제품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MSD가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라며 “후발 기업들이 굳이 비용 소모를 감수하면서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NIP는 높은 가격을 담보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판매와 제품 접근성 향상 효과가 커 백신 기업들이 노리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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