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 위축→스페인 공장 완공 시점 연기
"북미 증설 투자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글로벌 증설 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늦추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7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방 시장과 각국의 정책 변동성을 감안해 글로벌 투자를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 공장을 짓고 있는데,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가 위축되면서 투자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앞서 SKC도 올해 동박 시장 출하량 전망이 연초 대비 약 30% 축소됨에 따라 하반기 판매량 목표치를 낮추고,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의 폴란드 공장 준공과 가동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북미 진출 계획도 보류했다.
김 대표는 "스페인 프로젝트의 경우 정부 인ㆍ허가 및 유럽 고객사의 역내 증설 계획을 감안해 당초 계획인 2025년 말보다 다소 지연된 2027년 6월에 완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스페인 내 투자 금액도 1800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조정했다.
김 대표는 "북미 프로젝트도 미국 정부의 정책 변동성을 감안해 투자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다"라며 "모든 투자는 신중하게 검토하되 시장 선점의 기회를 실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럽에서 북미로의 생산 거점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생산 거점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말레이시아 증설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연내 5, 6공장 양산 체제를 구축해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6만 톤(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공장 기준 글로벌 최상위 수준이다.
5, 6공장은 4분기 본격 양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공장의 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62%에서 하반기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에는 말레이시아 7, 8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훈 기획부문장은 "최근 전기차 수요 전망치 축소, 고객사의 가동률 저하와 재고 조정 등으로 3분기 판매량은 당초 계획보다 둔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심 고객과 전략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4분기부터는 상반기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하고, 연간으로는 2월에 제시한 전망치대로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캐즘 극복을 위해 차세대 고부가 제품 개발과 제품군 다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차세대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은 국내외 배터리사와 완성차업체(OEM)들의 제품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업계 최초로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향 ‘초저조도 동박(HVLP)’ 4세대의 국내 고객사 최종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했다. 3분기 북미 고객사의 퀄테스트를 통과하면 2025년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8월과 10월에는 전고체 전해질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파일럿(시범생산) 플랜트를 완공해 시제품을 생산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내부적으로 연구개발(R&D)을 준비하고 있고, 지난해 지분을 투자한 프랑스 엔와이어즈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일본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동박 제품 비중도 높인다.
박인구 영업·구매본부장은 "최근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는 반면 ESS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ESS용 동박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판매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반기 하이브리드용 동박 판매가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2분기 매출 2627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올렸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100%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