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로 인한 전기차 기피현상이 커지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전기차 화재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일찌감치 다양한 전기차 화재 진압 방식을 선보이고 있어 앞으로 건설사 주도의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 확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직접 시스템 개발을 올 4월 완료했다. 해당 시스템은 세계 최초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으로 전기차 밑에 위치한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어 물을 직접 쏴 소화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DL이앤씨가 선박 기자재 전문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협업해 개발했는데 기존 대형 선박 컨테이너 내부 화재 진압 기술을 응용해 고안됐다. 해당 기술 개발은 DL이앤씨 직원이 관련 기술 박람회에서 접한 뒤 탱크테크 측과 접촉해 건물용으로 응용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의 설치 비용은 1000만~3000만 원 선이다. 소화전처럼 보관할 수 있는 수동식은 1000만 원 수준이다. 또 주차구역 하부에 소화 장치를 매립하는 ‘고정식’은 2000만 원, 소화 장치를 레일을 통해 화재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식’은 3000만 원이 든다. 설치 기간은 수동식은 보관식이라 바로 설치 가능하고, 이동식과 고정식도 최대 2주 안으로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그보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질식 소화포는 50~150만 원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화재 발생시 특수 제작된 천으로 차를 덮어 공기를 차단함으로써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내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DL이앤씨의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은 앞으로 e편한세상 단지에 시범 적용한 뒤, 외부 판매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른 대형 건설사도 전기차 주차구역에 방화 벽체를 시공하거나 불타는 차량을 덮어 산소를 차단해 소화하는 질식소화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전기차 화재 진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지하 주차장 설계기준을 수립했다. 이에 최대 3대까지 하나의 방화 구역으로 관리하는 ‘3면 내화구조’와 열적외선 카메라 사용, 스프링클러 기능 향상 등을 골자로 한 내부 기준을 정립했다.
또 현대건설은 2022년 말부터 별도의 전기차 충전 공간 주변에 블록을 세워 차량 화재가 확산을 막고 질식소화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전기차 주차구역 방화 벽체 시공과 상향식 스프링클러 설치 단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민간에선 전기차 화재 대처 노력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법 제정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따르면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한 건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 역시 1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기차 충전기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주차장법 개정안) 뿐이다.
이 법안은 충전시설 설치 때 소방용수시설과 소화 수조 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 관련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 공고에 따른 전기설비규정이 전부다.
한편, 소방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분석 결과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21년 10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60만7000대 규모다. 상반기에만 6만6000대가 등록됐는데 이는 경유(7만 대) 차량 등록 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