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추정 가능한 지표로 日 은행 대외 대출 언급
3년새 21% 증가…“외국 기관투자자 엔 캐리 투자 수요 시사”
이번 주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엔 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이 지목된 가운데 시장은 이제 추가 청산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는 얼마나 될까.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이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하며,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다 금리가 높은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그로 인한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미국의 기술주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이후 엔화 가치의 11% 급등은 나스닥100 지수가 최대 13% 하락한 것과 맞물렸다.
주식거래와 달리 통화 거래는 거래소 차원에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가 수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의 가늠자로 일본 은행들의 대외 대출에 주목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 시중 은행들의 대외 대출은 2021년부터 올해 3월 기준 21% 증가한 1조 달러(약 1374조7000억 원)에 육박했다. 은행 간이나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로 일본의 대외 대출 증가했다는 점은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엔 캐리트레이드의 강한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또 다른 지표는 일본 개인의 해외투자액이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순해외투자액은 487조 엔(약 3조3000억 달러)에 달해 2021년 대비 17% 증가했다. 다만 이 중 많은 부분이 외환보유고에서 나왔으며,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의 엔 캐리 트레이드 포트폴리오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여기에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연기금 중 약 절반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되는데 일각에서는 이 부분도 엔 캐리트레이드 투자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별개로 UBS의 제임스 맬컴 일본 거시경제 전략가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최소 5000억 달러대였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중 약 2000억 달러가 최근 2~3주 사이에 청산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현재의 흐름을 과거 1998년의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와 비교하면 앞으로 더 많은 청산 흐름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코샤뱅크의 숀 오즈번은 “지난 몇 주간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 조정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헤지펀드와 기타 투기적 투자자들이 엔에 대한 숏 포지션을 약 50%만 줄였다는 이유에서다.
아린담 산딜랴(Arindam Sandilya) JP모건체이스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도 전날 블룸버그TV에서 “어떠한 구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적어도 투기적 투자 커뮤니티 내에서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50~60% 정도만 이뤄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했던 엔화 강세가 제한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7일 홋카이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최근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밝히면서도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