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년까지 수도권 신규택지에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에서는 최소 1만 가구 이상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하겠다고 예고했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과거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효과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이번 공급대책도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을 전망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인근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2012년 이후 없었다. 서울 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아파트 공급의 대표적 사례는 2009년 서울 강남과 서초 등 2개 지구와 2010년 서울 내곡·세곡2, 2012년 고덕강일지구 개발이다.
국회와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09년 9월 지정된 서울 강남지구는 전체 약 94만㎡ 중 87만㎡가 그린벨트였다. 서초지구는 전체 36만㎡ 가운데 32만㎡가 그린벨트 구역이었지만 모두 해제됐다. 이후 강남지구에는 6592가구, 서초지구에는 3304가구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섰다.
또 정부는 2010년에 서울 내곡지구와 세곡2지구에서 총 132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약 9000가구 규모 보금자리주택을 추가로 공급했다. 이곳에는 2400가구 규모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공급됐다. 이어서 2012년에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고덕동·강일동·상일동)를 조성하면서 15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풀고 1만1109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이렇듯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최소 3만 가구 이상이 공급됐지만, 정작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우하향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2021년 6월 지수 ‘100’ 기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그린벨트가 해제된 2009년 9월 지수는 80.9였다. 이후 2010년 2월까지 5개월 연속 올라 81.4까지 상승했다. 1년 후인 2010년 9월에는 79.7로 소폭 내렸다. 일부 등락은 있었지만 사실상 일 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2012년 12월 고덕강일지구 조성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당시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73.9였는데 1년 뒤인 2013년 12월 73.0으로 소폭 낮아졌다. 그린벨트 해제 이후 2년 이상 장기간으로 보면, 2014년 8월 73.7을 기록한 뒤 2016년 2월까지 되려 매달 상승세를 기록해 79.4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이 단기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집이 단기간 내 생기는 것이 아니고 택지 조성과 토지 수용, 시공사 분양 등 과정이 복잡하다”며 “중장기 정책으로는 훌륭하지만 단기 집값 안정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될 아파트가 신혼부부와 청년 맞춤형 주택이라 실수요층인 30·40세대의 ‘패닉바잉’ 심리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신혼희망타운이나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등 젊은 신혼부부나 다자녀 부모에 유리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점에서 현재 주택 시장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인 젊은 층의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